나즈나와 케이스케와 같은 반에 사토루라는 남자아이가 있다. 여리여리하고 반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다. 게다가 자폐를 앓고 있는 형이 있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이 항상 학교가 끝나자마자 형을 데리러 가야 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심부름으로 전해줄 물건이 있어 합창단실 앞에 갔다가 합창단원인 여자애가 사토루 군은 목소리가 참 예쁘다며 합창단에 들어오려고 온 거냐며 한 말에 혹해서 가입하게 된다. 실제로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아서 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자애들과 함께 소프라노 파트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고 형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합창단에 가입하면 집에 일찍 갈 수가 없다. 합창단 연습에 참여했던 어느 날 결국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에 형을 데리러 가보지만 형은 사라지고 없다. 온 동네를 헤맨 끝에 형을 발견하긴 한다. 그때 근처에 카시와기 선생님이 있었다. 그녀는 그러고 보면 등장할 때부터 구형 2G 폰을 가지고 다닌다. 음성메시지를 듣고 있는데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헤어지기 직전에 남긴 메시지 같았다.
선생님이 형제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사토루가 혼나는 걸 듣게 된다. 사토루는 결국 선생님에게 내일부터 합창단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아마 평범한 영화라면 선생님이 집에 들어가서 설득을 한다던가 그랬을 텐데 선생님은 쿨하게 '네가 결정한 거 맞지? 그래, 알았어'라며 가 버린다. 아마 사토루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그 애도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다음날 사토루의 엄마는 네가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게 처음이지 않느냐며, 엄마가 어떻게든 도와줄 테니 해보라고 한다. 사토루는 그만두겠다고 말한 합창단실에 서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는 '15년의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그래서 카시와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낸다. 15년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오라는 거다. 카시와기 선생님은 원래 이 고장 출신, 이 학교 출신이다. 그런데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도회지에서 활동을 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잠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옛집에 쌓인 물건들 중에 중학교 때 낸 교지를 발견한다. 거기엔 자신이 15살 때 썼던 글이 실려있다. 자신의 피아노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망을 담은 글이 실려있다.
이 숙제를 해온 건 사토루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글이 참 슬펐다. 사토루는 15년 뒤의 자신은 지금처럼 형과 함께, 형을 보필하며 살고 있을 거라는 거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의미가 뭘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기는 형이 자폐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부모님이 형을 돌보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낳았으므로 형에게 고마워하고 자신은 형을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의 목표가 너무도 확실한데 정말 그것뿐일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된다고, 나는 정말 그것 빼고는 살아가는 의미가 없는 걸까,라고 썼다. 눈물이 났다.
카시와기 선생님은 15살에 교지에 썼던 것처럼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또 그녀 곁에는 오래된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연인은 이제 없다. 왜냐하면 그녀의 연주회를 보러 오려다 사고를 당해 죽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래서 피아노를 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피아노는 주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음악실에서 선생님과 만난 나즈나가 '도'를 치면서 얘기했다. 어렸을 때 자기 엄마가 '도'를 치면서 꼭 뱃고동 소리 같지 않니, 그러니까 울지 마, 전진해야지,라고 얘기해 줬다고. 그러고 울면서 음악실을 뛰쳐나가 옥상에 나가서 엉엉 울었다. 그때 나즈나의 귓가에 어디선가 뱃고동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뱃고동 소리는 아니다. 그것과 닮은 소리, 바로 '도'가 울리는 소리였다. 선생님은 다시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을 얹고 힘들게 '도'를 눌렀다. 두 번, 세 번... 그리고 비로소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