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자원봉사 활동의 추억 (3)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놀러 오세요!

by 세니seny

티켓 부스에 외국인 관객도 와서 영어도 살짝 써먹어봤다.


당시 그분이 예매한 영화 제목에 ‘시베리아’란 단어가 들어갔다. 그래서 덕분에 영어로는 'Siberia'를 시베리아가 아니라 사이베리아라고 읽는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인 관객분도 왔길래 티켓을 건네주면서 혹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영화평론가라고 했다. 당시 나는 일본어 공부를 했지만 일본인하고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짧은 대화 속에서도 일본어로 된 단어가 들려서 내가 공부한걸로 대화가 통했구나 싶어 기뻤던 기억도 있다.


상영은 아침 10시부터 있고 마지막 상영이 8시경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상영시간보다 일찍 나와야 하고, 저녁에는 마지막 상영 입장이 끝나면 티켓팀 자봉들은 정리하고 각자 집으로 간다.


영화제는 거의 열흘간 이어지는데 서울이나 경기도 각지에서 다들 아침마다 출퇴근을 하고 거의 10시간이 되는 활동을 하고 나니 영화제 기간 내내 피곤에 절어있었다.


그러다 영화제 중간즈음 집으로 왔다 갔다 하려면 피곤하기도 하고 친목도모도 할 겸 자봉 끝나고 영화 한 편을 같이 보고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 일정이 끝나고 밤늦게 당시 화제작이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일명 놈놈놈)>을 같은 곳에서 일하는 멤버들과 함께 보러 갔다. 피곤해서 그런지 거의 졸면서 봤지만. 그리고는 찜질방 가서 씻고 얘기도 나누고 잠들었던 기억도 있다.


이때 우리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다.


그중에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던 한 오빠가 솔직하게 자기는 아직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자봉은 대부분 대학생이었지만 직장을 다니다 일을 그만두고 잠깐 쉬는 기간에 자봉에 참여한 언니도 있었다. 그 언니가 27살 정도였는데 당시 나에겐 엄청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거기서 10살도 더 먹었네. 하하하.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고 티켓팀 전체 MT도 갔었다. 나는 영화제가 끝난 후 며칠 있다가 곧바로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스케줄이어서 일정 상 참석하지 못했지만 거기에서 두 커플이 탄생했다고 들었다.


한 커플은 우리 팀 티켓 매니저와 나랑 같이 주말에 다른 데서 근무했던 친구였고 또 다른 커플은 아까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던 그 오빠와 다른 팀 자봉이었다.


그 뒤로도 같은 곳에서 근무한 멤버들이 따로 모인 적도 있었다. 또 자봉 첫날 모여서 교육하는 날 내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와는 따로 만나서 전시회도 보러 갔었다. 그 뒤로는 못 만났지만 카톡 보니 아기도 낳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제 자원봉사활동 이후 '영화제'라는 것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영화제는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영화제들도 다녔다. 그리고 평상시 극장에서 개봉하는 일반 상업영화뿐만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있고 그중에 내 입맛에 맞는 영화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제 자봉활동은 한 해 동안 나도 영화제의 일원이었다는 좋은 기억과 나의 영화 취향을 발견하게 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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