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서 2002년으로 순간이동
가을의 기억 2. 고등학생 때 : 운동장에서 흔들리던 은행나무를 보고
고등학생 시절, 늦가을날의 기억으로 이동한다.
띠리릭-
띠리릭-
아침 6시 30분. 알람시계는 어김없이 울린다. 난 그걸 자연스럽게 듣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은 이제 막 11월 초다. 날씨는 겨울의 느낌인데도 거리의 풍경들은 아직 넘쳐나는 가을을 다 뽐내지 못한 모양이다. 나뭇잎들이 옷 갈아입기에 한창이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자리를 바꾸었는데 내 자리는 1분단 맨 앞줄이 되었다. 그러니까 운동장 쪽을 말하는 거다. 칠판이 잘 안 보여서 불편하긴 하지만 주위에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다.
1교시는 영어 시간이다. 영어 선생님이 들어오시니까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회장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나도 한창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무심코 칠판을 향해 있던 나의 두 눈을 나의 바로 옆에 운동장 쪽으로 나 있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날씨는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하늘에 회색 빛의 구름이 조금씩 끼어있었다. 햇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바로 시선을 돌렸을 때 보이는 것이 우리 학교에 심어진 큰 나무였다. 그 나무 뒤에 있는 건물이 우리 학교 본관 건물이었고, 그 건물은 3층 짜리였다. 나무는 그 3층 짜리 만큼 컸다. 그 나무는 벌써 잎들이 노랗게- <노란 손수건>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마치 그 나무 같이-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놀란 것은 바로 그때.
나는 창문을 닫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바람이 불었던 모양이다.
나무가 흔들렸다.
바람이 그다지 조금 분 것도 아니고 꽤 불었던 것 같다. 그러자 나무가 좀 심하게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무에 매달린 노란 손수건들이 떨어질 것만 같은 그 순간-
어렸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