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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Feb 19. 2023

웹드 소재 인터뷰를 하다 (상)

웹드라마 제작을 위한 현직자 인터뷰 제안을 받다

      나는 출간 작가도 아니고 다음 메인에 실리는 것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 대해 쓰는, 내밀한 일기장 느낌의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브런치를 통해 세 번의 제안을 받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 제안은 모두 내가 하고 있는 '회계' 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첫 번째, 회계직무를 살려 취준생들에게 멘토처럼 직무 설명을 해주는 콘텐츠 제작 (수락)

두 번째, 회계 관련 카페에서 멘토로서 답변 작성 및 콘텐츠 제작 요청 (거절)

세 번째, (오늘 쓸) 회계팀 관련 웹드라마 제작 전 사전 인터뷰 (수락)



     첫 번째 제안은 다른 글로 남긴 적이 있었고 두 번째 제안은 1회성이 아니라 내 능력 밖인 것 같아 망설여지는 부분과 지속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해서 거절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쓰게 된 세 번째 제안은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재미있어 보여서 수락했다. 


     그런데 웹드라마 인터뷰가 웬 말이냐고? 그건 바로 이 웹드라마가 회계팀을 배경으로 한 웹드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현직자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어서란다. 역시나 회계 관련 제안이어서 잉? 했지만 회계팀이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는 점은 신기했다. 



     위의 글에서도 썼지만 회계팀을 소재로 하는 경우는 대부분 비리 파헤치기 같은 게 많아서 스릴러물 느낌이 물씬 풍기고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건 아마도 웹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는 걸 보니 적당한 현실 반영과 연애 이야기가 주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 건지 물어보니 업무도 물어볼 거지만 그보다는 특이한 에피소드나 사내연애의 비중이 크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는 흥미로웠는데 문제는 내가 제공할 재밌고 특이한 소재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별문제 없이 살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이라 일 벌이는 것 혹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을 싫어한다. 그래서 사람들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인생에 큰 에피소드가 없다. 어려운 문제에 맞닥트리면 당황하고 엄청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일이 생길 것 같은 걸 통제하고 단속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도 개입을 많이 안 하는 편이다. 이런 잔잔바리 인생. 경험 부족이 이런 데서 마이너스가 되는구나. 연애도 쉬지 않고 아니 막 양다리, 문어발 다리(?)도 해보고 외국 나가서 길도 잃어보고 그랬어야 하는데.


     이런 상태니 인터뷰에서 할 말이 곤궁했다. 사내연애라도 찐-하게 하고 헤어졌다면 그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열심히 그 사람에 대한 썰을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사내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다. 아니, 그전에 누가 연애하자고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난 사내연애는 안 할 거야라고 다짐했고 현재까지는 그 다짐을(?) 잘 지켜왔다. 나이가 있으니 앞으로 사내연애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은 사내 연애해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사내 연애하다 깨졌지만 이직해서 다른 데서 만나서 잘살고 있고 사내 연애하다 헤어졌지만 각자 부서 이동해서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또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각자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인터뷰를 한다면 굉장히 할 말이 많을 거 같지만... 난 없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주변 이야기들까지 그러모아서 에피소드를 즙 짜듯 짜 보기로 했다.


     웹드 준비팀한테는 살짝 미안했지만 소재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인터뷰 과정이 너무 궁금해서 일주일 고민하다 결국 하겠다고 했다. 


     인터뷰하기 전 주말.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에피소드를 나열해 봤다. 나는 즉흥성이 떨어지는 타입이라 면접 같은 게 있으면 준비를 해야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카테고리 구분될 거라고 했다. 특히 둘째, 셋째 항목 비중이 더 크다고 했기 때문에 최대한 카테고리에 맞게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일단 줄줄 나열해서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첫째, 업무 관련 설명.
둘째, 특이한 에피소드.
셋째, 사내연애 썰.


그리고 인터뷰 당일인 월요일.


     퇴근하고 집에 가서 인터뷰를 하기엔 인터뷰 시작 시간이 너무 늦어질 거 같았다. 게다가 첫 인터뷰이 interviewee 데뷔니까 앞으로 혹은 언젠가 해보게 될지도 모를 프리랜서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이 없는 프리랜서답게 멋들어진 공유 오피스를 시간 단위로 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공유 오피스 업체들 홈페이지가 개떡 같은 게 가격 정보 확인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견적 문의를 넣지 않는 이상 기본적인 가격 확인이 어려운 구조였다. 


     사람들이 제일 궁금한 게 가격과 시설 아닐까? 그런데 홈페이지를 멋들어지게 만들어서 시설 홍보만 잔뜩 해놓고 막상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를 찾으려니 찾을 수가 없다. 가만 생각해 보니 시간 단위 손님은 안 받는다는 건가? 조금 더 검색해 보니 최소 하루 단위이거나 한 달 단위로만 사람을 받는 거 같아 공유 오피스 대여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도시를 내려다보며 전화로 일하는 프리랜서 인터뷰이를 체험해 볼까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다음 대안은 회사 근처 카페에서 통화를 하는 것 정도가 남았다. 그런데 인터뷰는 약 2시간 정도 진행될 거라 했는데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계속 마스크 끼고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고 시끄러워서 집중도 잘 안될 거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마지막 대안은 회사 근처 토즈 2인실에 자리를 잡고 거기서 아예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2인실이면 나에게 필요한 공간으로서는 충분하고 카페도 아닌지라 조용하니 딱이다. 토즈 홈페이지를 보니 화상면접에도 최적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스터디 카페처럼 조용하게 공부해야 해서 말을 못 하게 하는 곳도 아니었으므로 나한테 딱이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토즈에 시간 맞춰 입장했다. 2인실이라 아담했다. 나는 혼자 쓸거라 괜찮았지만 둘이 쓰기엔 좀 꽉 차는 느낌이었다. 물도 미리 떠다 놓고 미리 적어온 인터뷰 답변지도 펼쳐놓고 펜도 준비하고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전화가 걸려왔다.



<웹드 소재 인터뷰를 하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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