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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n 23. 2023

2년 차 초보등산러에게 생긴 소망 : 통일을 꿈꾸다

2022년의 등산을 마무리하며

2022년에도 알차게 등산했다.



벚꽃보며 등산(?)한 남산. 그 외에도 수리산, 수락산, 소요산, 고려산, 해명산 등 많이 갔다. (@남산, 2022.04)


가을에는 북한산 집중 공략. 무려 다른 코스로 3번이나 갔다. (@북한산, 2022.10)



     내가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건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 가을이다. 그 이후로 나는 날이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야외활동 하기에 날씨가 적당한 봄과 가을, 매주 등산을 한다그래서 2 전부터 봄과 가을 매주 일요일은 등산 일정으로 이미 예약이 꽉 차있다.


     나름 산행 2년 차(?)가 되었지만 도전적인 목표를 쟁취하는 산행은 하지 않고 있다. 암벽을 탄다거나 아주 높은 산에 오른다던가 하는 것과 같은 산행 말이다. 그래서 아직도 높이가 고만고만한 산들만 다니는 중인데 이 고만고만한 산들이 서울 주변에 꽤 많아서 다 가보려면 아직도 멀었다. 등산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는 순간 등산에 정내미가 떨어질 거 같아서 나에게 도전 가능하되 약간 어려운 정도의 등산 코스만 오르고 있다.






     가을이 되고 다시 시작된 산행. 나는 등산을 한다는 사람 치고는  이름도 잘 모르고 유명한 등산 코스도  모른다. 함께 다니는 등산메이트인 엄마가 ‘여기 어때? 가보자’하고 제안하면 ', 그래'하는 식으로 따라다니는 수동적인 등산러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엔 북한산에 도전했다. 나는 일 년 넘게 전화 일본어수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선생님은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 이야기를 해도 잘 통한다. 수업 시작하기 전, 스몰토크로 항상 주말에 뭐 했냐/혹은 이번 주말에 뭐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번 주말엔 북한산에 간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에에에?'하고 놀라더라. 그 이유를 들어보니 북한산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우리와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그 ‘북한’이 떠오르면서 북한에 있는 산인가 했단다. 그래서 이름만 북한산이고 서울에 있는 산이라고 알려줬다.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북한산은 내가 그동안 다녔던 곳들과 달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다. 워낙 넓기도 넓고 코스도 수십 개다. 엄마가 비봉 코스를 가자고 하길래 생각 없이 등반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돌이 많은 줄 모를 만큼 무지했다. 중간에 한번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다. 체감상 60도 정도 되는 느낌의 언덕이었는데 도저히 못 올라가겠는 거다. 발을 내디뎌 몇 걸음 올라갔지만 도저히 다리가 후덜거려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래서 다시 돌아서 가려는데 엄마가 그냥 가기에는 아쉬웠는지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원래 가려던 길 말고 잘 안 보이는 반대쪽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그쪽은 어떻냐고 다시 제안한다. 눈으로 보기엔 둘 다 만만찮았지만 새로운 길은 눈 딱 감고 가면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쪽으로 올랐고 비봉까지 갔다.


     북한에 위치한 금강산 여행을   있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봤더니 1998년에서 2008년까지 무려 10년이나 금강산에 놀러 갈 수 있었다. 그때는 학생이기도 했고 등산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북한이란 곳이 궁금하긴 했지만 무섭기도 다. 그리고 나는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 우리 집은 북한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기 때문에 통일이 간절하지 않은 편이다. 이제는 탈북민이 3 명이 넘는다는데 실제로 탈북민을 만나본 적도 없다.


     금강산은 아름다운 걸로 워낙 유명해서 각종 문학작품이나 노래에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등산을 하다가 문득 통일이 된다면 금강산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왕 통일이 되는 거라면 백두산도 제대로 가볼 수 있겠네?


     그전에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부터  보고 싶다. 아니, 가야겠다.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간절하지 않아서 그동안 갈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것 같다. 백두산은 아쉬운 대로 중국을 통해서  수는 있다. 그런데 금강산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없는 곳이다. 북한 지역에 내가  모르지만 멋진 산들도 참 많을 데, 등산 때문에 마음속으로 간절히 통일을 바라게 되다니 생각지 못한 일이다.






     언젠가는 금강산 그리고 중국땅을 통하지 않고 우리나라 땅을 밟고 백두산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소망을 빌며 올해 등산을 마쳤다. 과연 이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내년에는 또 어느 어느 산에 올라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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