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의 기록 : 예술의전당을 소개합니다
원래 생각하고 있던 1월의 서울탐방 주제는 <서울시내 도서관 탐방 제2탄>이었다. 서울에서 비슷한 권역에 있는 도서관을 묶어서 갈 예정이었지만 1월 초가 1년 중 제일 바쁜 시즌인지라 어느 날짜에, 어느 지역을 갈지 미리 정하지 못했다.
도서관 탐방은 건물도 둘러보고 그곳에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적어도 한 군데에서 2~3시간은 머물러야 해서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러니 하루에 두세 곳을 들르러면 하루 종일 휴가를 내야 하는데 1월엔 설연휴도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도 많아서 내가 생각한 날짜에 휴가를 내기 어려웠다.
이번달 서울탐방 시리즈를 건너뛴다고 나에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스스로와의 약속이니까 스킵하고 싶지 않아서 대체안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겨울이라 밖에서 하는 건 추우니까 실내에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러다 내일 반차를 내고 예술의전당에 전시를 보러 간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거기도 서울이잖아? 그리고 예술의전당은 이 시리즈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은 곳이잖아? 그럼 여기 다녀온 것도 서울탐방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리하여 2023년 1월의 서울탐방은 예술의전당 방문기가 되었다.
내가 예술의전당에 갈 때 식사시간과 겹칠 땐 백년옥에 들러 밥을 먹는 것이 정해진 코스다. 백년옥은 예술의전당 건너편에 있는 순두부가 유명한 가게로 부담 없이 순두부를 먹기 좋다. 자극적이지 않고 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어서 좋아한다.
오후반차를 내고 열두 시에 퇴근해서 열두 시 반에 백년옥에 도착했다. 한 명이라고 하니 빈자리가 있어서 바로 착석했다. 뭘 먹을까 하다가 역시 가장 기본인 자연순두부를 시킨다. 강릉에서 먹는 순두부처럼 큰 그릇에 하얀색 순두부가 담겨 나오는데 거기에 양념간장을 뿌려서 살살 떠먹으면 된다. 밥과 함께 먹어도 되고 같이 나오는 반찬이나 김치를 곁들여 먹어도 된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역시나 깔끔하고 맛있다. 흑미밥과 순두부를 번갈아가면서 맛있게 한상을 비운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내가 나갈 때쯤엔 신관과 별관 모두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 이제 배도 채웠겠다 횡단보도를 건너 예술의전당으로 향한다. 예술의전당엔 봄엔 교향악축제를 보러 오기도 하고 이렇게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을 때엔 여름이든 겨울이든 그게 언제가 되었든 온다. 이곳은 굳이 공연이나 전시를 보지 않아도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건물 밖으로 연결된 통로도 있지만 날씨가 추우니까 실내로 연결된 지하 비타민스테이션으로 들어간다.
비타민스테이션 곳곳엔 의자도 있고 작은 전시관도 있고 티켓부스도 있으며 빵집과 커피숍 또 그 외 작은 가게들과 저번에 왔다간 악보사도 한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가로질러서 길 끝까지 가면 왼편엔 아래가 빵빵 뚫린 계단이, 오른편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 둘 중 어느 곳을 택해도 건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오늘의 나는 오른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여기서 바로 왼편에 보이는 건물이 오페라극장인데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오른편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이고 저어 쪽 오페라극장을 지나 한참 왼편에 떨어져 있는 건물이 한가람미술관이다.
오페라극장과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사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다. 그러면 탁 트인 공원 같은 공간이 나온다. 저 앞에 여기가 그 유명한 음악분수가 나오는 곳이다. 주말에만 정해진 시간에 하기 때문에 평일은 오늘은 공연이 없다.
다시 앞으로 쭉 걸어가 본다. 음악분수 옆으로 카페가 하나 보인다.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항상 날씨가 좋은 날이면 외부 테라스에 사람들이 꽉 차있는 카페다. 꼭 노천카페가 많은 유럽 느낌이 난다.
그리고 카페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엔 서예박물관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동안 몇십 번은 왔을 텐데 서예박물관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오른편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 바로 교향악축제 때 공연하는 3층까지 있는 가장 큰 콘서트홀이다.
여긴 몇 번 와봤다. 그러고 보니 올해 교향악축제가 벌써 세 달밖에 안 남았네. 예전부터 KBS라디오 클래식 채널에서 생중계를 해주긴 했지만 최근 3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유튜브로 실황 중계를 해줬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도 끝났고 하니 유튜브로는 안 해주겠지?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쏠쏠하게 집에서 편하게 잘 봤는데 올해는 진짜 오랜만에 현장에 한번 와볼까. (보통 교향악축제는 4월에 했는데 올해부터는 6월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건물 외벽에 악기 모양을 양각한 동글동글한 조각들이 붙어있었다. 악기와 음표와 이런 것들만 봐도 설레는 나는야 아마추어 음악가. 저쪽 너머로 국립국악원이 보인다. 다시 돌아서 갓을 얹어놓은 듯한 오페라극장을 보며 다시 걸어온다. 오늘 예술의전당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하는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을 보기 위해서 온 거라 이제 목적지로 간다.
본격적인 전시회 감상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