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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Oct 16. 2023

서울탐방 제10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1부

2022년 12월의 기록 : 이태원 편 (2) - 서점 그래픽

 <서울탐방 제10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1부> 남산도서관 편에서 이어집니다.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하기 전, 점심을 먹으려고 했던 곳이 있었는데 동선 상 위치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목적지인 서점 그래픽 근처에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소화가 잘 안 돼서 가벼운 걸 먹고 싶었는데 마침 근처에 요거트볼 파는 곳이 있어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이태원 쪽으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야 하는데 완전 비탈진 언덕이다. 어제 눈이 와서 누군가가 도로를 쓸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눈에  안 보이는 블랙 아이스가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걸어 내려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목에 서점 그래픽이 눈앞에 들어왔다. 진짜 건물이 특이해서 누구라도 지나가던 사람은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들 건물이다.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는 점심 먹으러 가기로 한 카페 <새비지가든>에 들어선다.



1.5 새비지가든


[가게 정보]

* 이름 : 새비지가든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35길 5 B동 (6호선 녹사평역 도보 15분)
* 영업시간
월-금 10:30-19:00 (라스트오더 18:30)
토-일 10:30-20:30 (라스트오더 20:00) 
*메뉴 : 각종 케이크, 커피, 과일주스, 그릭요거트보울 등 

* 특징 
카페 내부 분위기 독특한데, 나눠진 구획마다 분위기가 다름
서점 그래픽 바로 근처에 위치 


내부가 독특한 카페 새비지가든 전경. (@새비지가든, 2022.12)


     이곳은 먹고 싶은 메뉴가 있고 두 번째 목적지와 가까워서 별다른 정보 없이 찾아온 곳이다. 예상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든 게 신기하고 좋았다. 주문을 해놓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1층은 마치 냇가 위에 자리를 얹어놓은 느낌이었다. 잘못하면 물바닥에 발을 떨굴 것 같은 분위기. 마치 실내지만 실내가 아닌 것 같은.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대지 않아 평화로워서 좋았다.


새비지가든 2층에서 남산타워를 보며 점심을 먹었다. (@새비지가든, 2022.12)


     주문한 음식을 받아 2층으로 올라갔는데 뭔가 미국의 오래된 대학교의 강의실 같은 느낌으로, 바닥도 나무바닥이고 심지어 창문에 뭔지 모를 공식들이 쓰여 있었다. (미국은 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이런 비유를 쓰게 된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가니까 과학 실험도구들이 즐비한 과학 실험실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이쪽도 살짝 끌렸지만 나는 아까 방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어서 따뜻한 느낌이 나는 강의실이 마음이 편해져서 그쪽으로 갔다. 아까는 몰랐는데 투명한 창문 칠판 너머 정면으로 남산타워가 보였다. 그래, 이거면 됐다.


     요거트볼을 받아와서 우걱우걱 먹는다.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은근히 많다. 자, 이제 속도 든든히 채웠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볼까.



2. 서점 그래픽


[서점 정보]

* 이름 : 그래픽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39길 33 
* 운영시간 : 화~일 13:00-23: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15,000원

* 특징
- 만화 및 그래픽 노블 위주의 만화북카페
- 원형 형태의 건물로 매우 특이해서 눈에 잘 띔
- 쿠폰에 도장 찍어줌 (몇 번 찍으면 혜택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지나가다가 한 번쯤은 쳐다볼 만한 서점 그래픽의 특이한 외관. (2022.12)


     두 번째 방문하는 곳은 서점 <그래픽>이다. 서점이자 북카페를 겸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곳의 보통의 북카페와 다른 점이라면 주로 취급하는 책이 소설, 에세이, 사회과학서 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책이 아니라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커피와 물과 같은 기본적인 음료는 무제한 제공이라 계속 마실 수 있고 술도 파는데 유료였다. 저녁이라면 한잔쯤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서점 그래픽 내부 전경. (@그래픽, 2022.12)


     평일 오후라 그런지 나 빼고 손님은 한두 명 정도 있었는데 오후가 지나가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다. 건물이 원형같이 생겨서 생각보다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아도 공간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최소 2,3시간 정도는 앉아있을 거라 그런지 사람들이 금방 나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1층은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었고 판매하는 책과 만화책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1층보다는 2층에 있는 만화서가가 더 컸다. 2층 서가를 돌면서 맘에 드는 책들을 골랐다. <심야식당> 11,12권과 호박에 물방울무늬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일생을 다룬 만화 <쿠사마 야요이> 그리고 우크라이나 역사를 다룬 만화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꺼내 왔다.


     <우크라이나 이야기>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인 2010년에 나온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걸 쓴 작가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이 전쟁은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성질의 것인 모양이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누구나 다 아는 건데 막을 수 없다니. 여전히 총대를 서로에게 들이밀고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쿠사마 야요이>는 꽤 인상 깊었다. 그녀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는데 이게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글도 글이지만 이미지들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다. 이곳엔 저번에 김영하 북클럽에서 읽었던 <마우스>처럼 만화인데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거나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을 만화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들도 많았다. 오늘 본 <쿠사마 야요이>나 <우크라이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장르다. 같은 이야기를 줄글로 된 책으로 읽었다면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만화) 책이라면 누구든 쉽게 접하고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서가를 돌다 <중쇄를 찍자>를 발견했다. 일드에서 히트 친 작품인데 출판사 이야기를 다룰 거 같아서 가져왔다. 그림 배치는 조금 정신 사나웠지만 출판계를 다룬 이야기다 보니 흥미로웠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다 읽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관 방문은 모름지기 여유인 것을. 쫓기는 순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읽고 있던 책에도 깊게 빠지지 못하게 된다. 다음번엔 여유를 가지고 방문해야지.


     2022년의 마지막 달, 올해 서울탐방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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