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팀장 된 지 두 달째 (3)

임신이 벼슬... (읍읍)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by 세니seny

지금도 여전히 팀장 된 지 두 달째 시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입사원도 뽑았고 업무분장도 완료했고 인수인계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마무리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먼저 나랑 동갑인 동료의 탈주. 임신이 벼슬이지 벼슬이야.


이전부터 올해 임신계획이 있다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이 될 줄은 몰랐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 업무에 관심이 많네 어쩌네 하면서 이 일, 저 일 맡겠다고 의욕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결국 자기가 원하는 업무를 못 받게 돼서 그런 건지(하지만 정황 상 꽤 설득력 있음) 갑자기 자기가 다음 달 초에 좀 오랫동안 휴가를 쓰게 될 것 같다며...


휴가의 이유는...
난임시술 때문이었다.


아주 무덤덤하게 첫 휴가는 열흘정도 길게 갈 거 같고 그 뒤로 하루, 이틀씩 혹은 스케줄 진행되는 거에 따라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기간이 두세 달 혹은 (잘 안 될 경우)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난임시술의 특성상 컨디션이나 배란일정 때문에 날짜를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통보 아닌 통보. 자기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나한테 곧바로, 아주 빨리 말해준 거라고 하면서 내가 굉장히 고마워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나는 정작 어이가 없었다. 이것을 T인 그녀와 F인 나의 성향 차이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회계팀은
월말 월초가 바쁘다.


인원이 많은 곳이라면 모를까 인원이 적은 팀에서 갑자기 사람이 하나 빠지면 큰일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 정도면 어떻게 커버해 보겠지만 몇 달씩 그 기간에 자리를 비운다면 그 기간 동안의 업무를 누가 하냐고. 그렇다고 지금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도 없는 상황. 한 명은 신입사원이고 한 명은 그나마 4년 차지만 자기 업무도 커버 못 치고 있는데... 그럼 이 상황을 수습해야 되는 건 또 나네?


그래, 뭐 좋아.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문제는 이 시술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잘 되면 한 번에 끝나지만 그게 아니라면 또 한 달 뒤에 반복된다. 문제는 생리주기 때문에 이 일정이 계속 월말~월초에 걸친다는 것과 시술을 진행하면서 스케줄이 달라질 수 있어서 그 누구도 정확한 날짜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게 한 번만 그러는 거면 내가 좀 커버 친다 해도 괜찮지만 두 번, 세 번, 네 번… 더 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 그리고 이제 곧 연말도 다가오는데 기말감사 때 자리 비우면 어쩔…?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덤덤하게 한 마디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일부러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15. 팀장 된 지 두 달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