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경찰서에서 재무팀장을 찾는다고요?

네?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요?

by 세니seny

브런치 소재 그만 제공해 줘도 된다. 제발. 버라이어티 한 팀장일기, 시작합니다.




때는 12월 초. 11월 마감을 막 마친 시점이었다. 나의 직속상관인 CFO께 보고드릴 게 있어서 방으로 갔다. 그랬는데 날 보시고는 어제까지는 바쁜 거 같아서 얘기를 못했다며...


어제,
OO 지방경찰청에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어.


전말을 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우리 회사는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로, 어느 한 신생 업체에서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계약을 했다. 정확히는 그 업체랑 직계약을 한 것은 아니고 그 신생 업체에 들어갈 각종 장비나 소모품(우리 회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까지)을 한꺼번에 계약해서 업체에 넘기는 중간업체랑 계약을 한 것이다.


최초 계약 당시의 지급조건은 계약금-중도금-잔금 순으로 지급하겠다고 했고 계약금은 받았다. 그런데 그쪽 사정에 의해 대금지급방식을 할부로 변경해 줄 수는 없냐는 요청을 받았다. 우리랑 거래도 처음하고 새로 생긴 업체인데 뭘 믿고 할부를 해 주겠습니까. 그러면 담보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중간업체 대표가 본인 소유의 재산은 아닌데 아무튼 뭐 아는 사람이겠지 하여간 다른 사람 소유로 되어있는 토지를 담보로 제공해서 그 땅에 근저당권 설정을 했다. 그러고 나서 대금지급 조건을 변경해 줬다. 그런데…


담보까지 받았지만 대금지급은 처음 몇 달만 잘 이루어졌고 그 뒤로 연체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대금회수가 계속 지연되니 우리 입장에서는 담보 물건(토지)을 경매에 넘겨서라도 돈을 받겠다는 강경한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토지 소유주 및 중간업체도 놀랐는지 어떻게든 대금상환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얼마 뒤 해당 토지를 매매해서 매각대금 중 일부를 변제했지만 아직도 채권이 남아 있었기에 소유주가 바뀐 그 땅에도 근저당권을 재설정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나머지 금액에 대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계속 연체 채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최초 근저당권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토지 소유주가 이 중간업체 대표를 고소했다는 거였다. 해서 경찰은 우리 회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고자 했다. 그래서 전화를 받은 CFO가 내용을 전해 듣고 재무팀장인 내 연락처를 전달해 줬다는 것이다.


그래 뭐, 고소인-피고소인과 같은 당사자도 아니고 참고인이라니까 괜찮겠지. 참고인은 말 그대로 '참고인'이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거래관계가 있는 곳이라 진술을 거부했다가 괜히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편을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거라 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안 온다. 참고인이니까 안 해도 되는 걸로 바뀐 건가? 하며 이런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억 저 너머로 잊혀 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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