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팀장 된 지 네 달, 시간은 흐른다 (3)

사람은 모두가 이기적이고 나 또한 그렇다

by 세니seny
나는...
인복이 있는 편인 거 같다.


그리 대단하지 않고 별 것도 아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는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 같다. 전화를 주신 전 팀장님께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안 그래도 12월에 한번 뵙기로 했기 때문에 날짜를 잡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회사와 관련된 사람 중 가장 먼저 퇴사 소식을 전할 사람이 바로 이 분이다.


순서상 회사에 통보하고 난 다음 전 팀장님에게 전달하는 게 맞겠지만... 이제 이분은 우리 회사를 떴으니 회사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 나를 이 자리에 추천해 주신 분이다. 이렇게 중간중간 연락을 하고 전화를 주시는 것도 내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으니 도의적인 책임과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러신 거다.


그렇지만 그분이 추천해 준 건 해준 거고 내가 직접 해보고 이 자리의 나는 더 이상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너무 힘들고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 그분이 나에 대해서 실망한다고 해도, 이런 나에게 실망해서 더 이상 나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고 해도 나는 말할 것이다. 저녁에 한 잔 하러 만나서 가게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인연이 끊어져도 어쩔 수 없지,라는 각오로 결정을 했기에 가장 먼저 말씀드리려고 싶었다. 눈치가 빠른 팀장님은 먼저 연락이 없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저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아 보여 이렇게 손을 쓰는 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들과 상관없이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그래서 팀장님께는 곧 미안한 일이 될 수도, 화를 내실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입장을 정했다.


오늘 연락이 온 김에 아예 메시지를 보내서 날짜를 잡았다. 점심시간 말고 퇴근하고 저녁에 편하게 식사하면서 그간의 소상을 다 말씀드릴 생각이다. 그전부터 이미 퇴사는 고민해 왔다는 말도 함께. 이 전부터 퇴사는 어차피 할 거였는데 단지 타이밍 이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나 하나의 선택이 본부장님, 전 팀장님 그리고 아무 죄 없는 팀원들한테 미치는 거 같아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이 자리엔 더 좋은 적임자가 오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나는 나를 개선시킬 의지가 없고 이제 이 일은 그만하고 싶다.


이런 나를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좋다. 이기적인 거 맞다. 하지만 사람은 어느 정도 모두 이기적이다.


굳이 굳이 회계팀이 제일 바쁜 연말에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데다 생리 스케줄 때문에 시술 기간이 월말~월초에 매달 걸쳐서 마감 업무에 지장이 가는데도 일주일 가량 휴가를 쓸 생각을 하고 있던 팀원도, 자기가 하기 싫고 힘든 일은 벌써부터 막내 팀원한테 떠넘기고 중간에서 힘들다고 징징되는 이제 막 막내에서 중간급 팀원으로 승격한 팀원도 이기적이다.


아무튼 눈 온다면서 굳이 나한테 따뜻한 연락을 해준 전 팀장님. 업무 때문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전 팀장님 메일 계정을 볼 수 있게 해 뒀는데, 업무 관련 메일을 찾아보다 팀장님이 얼마나 팀원들을 신경 써줬는지 알 수 있는 메일을 슬쩍슬쩍 발견한다. 나도 이런 팀장이 되어야 할 텐데... 아니, 이거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야 할 텐데 이미 틀렸다.


팀장님은 그간 뒤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그간 하셨던 거다. 그런데 내 눈엔 그저 팀원들이 알아서 잘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 거고. 그러니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는 나한테는 팀원들이 따라오지 않는 게 당연한 거다. 내가 내 생각만 하고 내 위주로만 생각했구나.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나도 나지만 이런 내 밑에서 일하는 팀원들한테도 미안해졌다.


아무튼 남은 한 달 반, 조금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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