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팀장 된 지 네 달, 시간은 흐른다 (2)

전 팀장님으로부터 눈이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by 세니seny

이제 11월 말 막바지에 다다랐다.


어찌어찌 큰 문제들은 해결을 해오고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만 어떻게 잘 넘어가면 될 거 같다. 내 위에 상사는 오늘 일이 있는지 휴가를 낸 데다 사무실 전체적으로도 조용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시간이 남는다’는 기분이 들었고 자연스레 미뤄뒀던 일들 혹은 생각이 필요했던 일들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땐 창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왜냐? 멋지잖아. 창 밖 풍경도 볼 수 있고. 사무실 풍경은 너무 단조롭고 쓸쓸하고 외롭단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창을 등지고 앉아있는 자리지만 그래도 창가에 앉아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창밖을 보려면 등을 굳이 돌려서 바깥을 내다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자주 밖을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창가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이번 겨울만 어떻게 좀 버티자는 심정으로 버티는 중이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핸드폰이 웅- 웅- 울리는 소리가 난다. 업무시간에 핸드폰이 오는 건 보통 업무 때문에 오는 거라 달가운 전화는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구야 EC…'하며 약간은 짜증 섞인 눈길로 핸드폰 화면을 봤는데...


어라? 나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 간 전 팀장님이잖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시지? 메시지도 아니고 전화라면 업무 때문에 급하게 물어볼 게 있으신가? 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 : 네 팀장님~
전 팀장님 : 잘 있지? 밖에 한번 봐봐~ 눈 와~


아아. 나는 고개만 돌리면 창문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그걸 볼 여유조차 없었다.


팀장님은 멀리 이직한 게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있는 건물로 회사를 옮기셨다.


그래서 오다가다 회사사람들을 많이 마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나의 소식을 전해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OO 팀장(=나)이 똥 씹은 얼굴로 심각하게 맨날 앉아 있으며 팀장 되고 나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있으며 야근도 많이 하고 며칠 전에는 다른 팀의 누구 팀장이랑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다퉜다더라, 와 같은 것들을.


그래서 눈 오니까 잠시 창밖이라도 보라고, 여유를 좀 가지라고, 굳이 굳이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전화를 주신 거였다. 코 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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