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겨울의 사업가>, 페퍼톤스
2023년 12월의 어느 날, 퇴근길에 쓴 글.
어느 조용한 토요일 오후에
긴 토론 끝에 우리는
아무도 생각한 적 없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어
모든 계획이 세워진 후에 우린
코트를 입고 거리로 나와
아무렇게나 앉은 채로
눈이 오기만을 기다렸지
무표정한 이 도시에
축복 같은 하얀 눈이 내려
쌓여가는 저 눈만큼
우리의 부와 명성도 쌓여 갈 거야
큰소리로 웃으며
하얀 거릴 달렸지
찬바람을 가르며
같은 노랠 불렀어
짧았던 날들 남김없이
겨울의 사업가
무표정한 이 도시에
축복 같은 하얀 눈이 내려
쌓여가는 저 눈만큼
우리의 부와 명성도 쌓여 갈 거야
큰소리로 웃으며
하얀 거릴 달렸지
찬바람을 가르며
같은 노랠 불렀어
그때 그 순간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우리
큰소리로 웃으며
하얀 거릴 달렸지
찬바람을 가르며
같은 노랠 불렀어
짧았던 날들 남김없이
겨울의 사업가
<겨울의 사업가>, 페퍼톤스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 항상 떠오르는 노래다.
우리는 '사업가'라는 단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함과 냉정함을 엿본다. 하지만 여기서 겨울의 사업가는 바로 이 노래를 부른 페퍼톤스 자신들을 지칭한다.
음악가와 사업가라…
어딘가 좀 안 어울리는 조합.
요즘은 특히 '팔릴만한' '인기가 있는' '수익성이 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중독성 있는 훅을 만들거나 시대의 흐름에 맞게 먹힐 만한 가사나 메시지를 주는 것. 그러니까 대놓고 '이건 팔아먹기 위해서 만든 노래예요'하는 건 오히려 쉬울 것 같다.
하지만 본인들의 이야기나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면서 그걸로 사업을 해 나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과거에 비해 음악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으니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는 대놓고 '팔아먹겠다'라고 만든 노래도 아닌 데다 제목과 가사에 심지어 '사업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도 왜 이렇게 몽글거리고 따뜻한지 모르겠다.
음악을 파는 사람들.
'장사꾼' '사업가' '수완가' 이런 것들로 대변되는 단어들은 절대 음악가 입에서 직접 나와서는 안될, 세상 차갑고 냉혹한 단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인정사정없이 마냥 냉정할 것만 같은 사업가라는 단어가 가진 그런 이미지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노래를 들으면 어어? 이 사업가들 뭐지? 이런 낭만적인 사업가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퇴근길에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노래를 들어야 위로가 될까?' 하다 이 노래가 랜덤에 걸려서 오랜만에 듣게 되었다. 초저녁부터 내리던 눈은 좀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집까지 걸어오면서 힘차게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가사가 슬픈 노래도 아닌데 눈에 눈물이 꽉꽉 고이면서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인 채로.
하지만 참 이상하다. 그렇게 노래 한 곡을 듣고 나니 조금은 살아갈 기운이 생겼다.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던데 마음이 꽁꽁 얼었을 때는 눈물조차도 내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노래의 가사를 가만가만 따라가다 보니 눈이 내리는 무표정한 도시에서 하하하하 웃으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순수한 어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페퍼톤스를 나타내는 수식어 중 본인들이 밴드 만들면서 정한 캐치 프레이즈인 '우울증 치료 테라피 밴드’라는 표현이 꽤 유명하다. 밴드 초기에는 대놓고 밝고 발랄한 노래들이 많았다. 앨범이 쌓여갈수록 똥꼬발랄한 노래들은 줄어들었지만 밝고 신나는 노래가 우울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노래도 똥꼬발랄한 노래는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이것이, 페퍼톤스의 음악이 가진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