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퇴사를 한 달 여 앞두고

열심히 인수인계 중입니다

by 세니seny

본부장님은 나의 퇴사선언이 매우 진지한 것임을 깨달으시고는 더 이상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서류를 받아본 재무팀장 후보들의 면접을 잡기 시작하셨다.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내 업무를 맡을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조금씩 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퇴사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차피 업무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진작 인사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그게 늦어져서 이제야 새로운 담당자가 왔다고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본부장님과 다시 면담을 잡고 퇴사날짜를 확실하게 못 박기로 했다. 본부장님은 하루라도 더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이셨지만 나는 곧바로 여행도 가야 하고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쉬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마감 마무리는 하고 가야 하니 마감 스케줄보다 2,3일 정도 더 뒤로 퇴사일자-정확히는 마지막 출근일자-를 잡았다. 그게 정말 정말 나의 최선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지난 3년간 하지 않았던 본부 전체 회식이 잡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오, 귀찮아. 다 그만두는 마당에 전체 회식이 무슨 소용이람. 거기서 또 한 명, 한 명에게 나의 퇴사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건가? 아니... 이게 차라리 나은 건가? 어차피 사람들하고 할 말도 없는데 그나마 공통으로 얘기할 주제 하나는 확실하게 있는 거니까.


그리고 퇴사 전에 열심히 체크카드를 만드는 중이다. 퇴사하면 신용이 필요한 일들은 못 하거나 어렵게 되니 재직중일 때 처리해야 한다. (글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이때 대출받아서 집 사둘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대출받을 기회를 놓친 게 천추의 한.)


그리고 인수인계를 하면서 드는 생각. 나에게 부족한 점만 눈에 띄었던 우리 팀원들이 새 팀장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새 팀장과 만나는 건 내가 아니라 우리 팀원들이고 그게 우리 팀과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장점도 있는 팀원들을 믿지 못하는 내가, 그들의 장점을 살려주지 못한 내가 가장 문제다. 남은 자들은 제자리에서 그들의 몫을 다 하리라 본다. 나는 떠나지만 우리 팀을 대표해서 팀원들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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