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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탐방 에필로그 : 이태원 (3)

2024년 3월의 기록 : 카페 맥심플랜트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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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했던 점심식사를 우연히 만나 만족스럽게 한 끼를 마치고 나왔다. 큰길로 나와서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 맥심플랜트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커피에 이렇게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니다, 고종 황제부터 커피 중독이 되셨으니 이건 결국 시간문제였던 건가?


카페 맥심플랜트 내부. (2024.03)


인스턴트 커피의 명가로 유명한 맥심에서 드립커피를 파는 일반 카페를 운영한다는, 꽤 재밌는 콘셉트의 가게다. 그래서 와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나는 배탈이 나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도 마시면 안 되는 상태.


디카페인에도 소량의 카페인은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면 대신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으나 우유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하니 니런 나는 대체 뭘 먹어야 하나. 나는 역류성식도염 발발 이후 반강제로 차 문화에 편입되었다. 어쨌거나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다행히 차도 팔고 있었다.


원래 다음 목적지가 북카페라 어차피 그곳에 가도 음료를 시켜야 했다. 어차피 커피도 못 마시는 판국에 여기서 뭘 먹나 싶어서 그냥 슥 내부만 둘러보고 가야지 했는데 막상 2,3층까지 올라갔다오니 그래도 왔는데 한번 앉아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졌다. 그래도 그냥 둘러본 거랑 앉아본 건 다르잖아. 커피는 못 마셨을지언정.


카페 내부를 돌아다니면 발견할 수 있는, 각종 커피에 관한 문장들. (2024.03)
카페 맥샘플랜트 내부 여러 컷. (2024.03)
아마도 지하였던거 같은데... 지상층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024.03)


그래서 티를 주문했다. 티는 뜨거운 물과 티백만 준비하면 되니 언제 어디서나 금방 곧바로 나오는 편이다. 특이하게 쟁반 위에는 3분짜리 모래시계가 함께 놓여 있었다. 오호라, 이걸로 티 우리는 시간을 재라고 주는 거겠지.


그런데 티는 한번 우리면 끝인데? 그 한 번의 업무를 위해 앙증맞은 모래시계를 굳이 준다고? 차를 마시며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3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걸까. 아무튼 보울 같은 넓은 찻잔에 차를 솔솔 따라서 마신다.


귀여운 모래시계.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2024.03)


차를 홀짝이면서 브런치에 오늘의 여정에 대한 가감 없는 인상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시곗바늘이 점점 더 오후의 늪으로 접어드니 서서히 졸음이 몰려온다. 그렇게 잠의 마귀와 싸우다 한 시간여쯤 지났을까. 다음 목적지가 있으니 이제는 길을 나서야겠다.


다음 목적지는 북카페였다. 네이버 지도에서 그 장소에 바로 이 근처에 있는 걸로 뜨길래 당연히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지도를 조회해 보니 버스 타고도 한참을 가야 하는 곳으로, 절대 걸어갈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이럴 거면 아까 나오기 전에 맥심플랜트 지하에 더 머물다 올 걸. 지하까지 있는 줄 모르고 나올 때 다돼서야 지하에 내려가봤더니 꽤나 조용해서 작업하기에 딱인 공간이 있었다. ‘오늘은 북카페 가지 말고 한 군데 진득이 있을까? 돈도 들고 시간도 드는데’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이미 카페를 나와 버린 뒤였다. 그래, 버스 타자.


버스를 타고 이태원 고개를 넘어 한강변으로 나간다. 나는 한강이 보이고 또 기차가 지나가는 게 보이는 이 길을 달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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