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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탐방 에필로그 : 이태원 (4)

2024년 3월의 기록 : 북카페 <서사, 당신의 서재>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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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안내가 있었다. (2024.03)


친구네 집에 가는 것 같은 느낌. 열린 대문에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 (2024.03)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주택가에 위치한 북카페 <서사, 당신의 서재>다. 주택을 개조한 곳이다. 음료를 주문하고는 공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진짜 집이었겠지. 그러니까 여기저기 방이 있고 그 방마다 공간을 꾸며두었으며 거실 같은 공간에는 아늑해 보이는 난로와 커다란 책장과 긴 소파가 위치하고 있었다.


카페 내부의 다양한 공간들. 내 집이 생긴다면 이런 느낌으로 꾸미고 싶어졌다. (2024.03)


혼자 거실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오늘 책을 읽음과 동시에 브런치든 블로그든 하여간 타자도 쳐야 해서 그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킬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나마 그 조건에 맞아 보이는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옆방에서 너무 떠든다. 여기는 무소음 카페는 아니지만 그래도 북카페인데. 내가 북카페를 찾아오는 이유는 일반 카페에 비해 소음 데시벨이 낮고 가능하면 대화를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깐 떠들고 말겠지 했는데 그들은 계-속 떠든다. 그럴 거면 제발 일반 카페로 가라고 속으로 의미 없는 항의를 하다가 나중에는 그들의 대화에, 소음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일행 한 명이 더와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대화를 적당히 엿들으며 즐기게 되었다.


오늘 읽을 책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다. 책 분량이 얼마 안 남긴 했지만 다가오는 주말에 반납해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책이 좀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쓴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다른 이름 : 피터 비에리)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철학자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책이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정확히 내가 이 책에 나온 그레고리우스와 현재 비슷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이지만 마침 나에게 곧 다가올 두 달간의 유럽 여행의 종착지가 리스본이기도 해서 신기했다.


책이 끝나고 작가와의 대담이 실려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이 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 바로 책이다. 실제의 우리는 버리고 떠날 게 너무 많아서 과감하게 행동하기 어렵다. 그러니 그렇다고 해서 그걸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는 것.


책을 읽다 졸려서 대놓고 조금 잤다. 그 사이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마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듯한 여자 세 명이 온라인으로 미팅도 하더라. 항상 딱딱하게 파티션이 쳐져 있는 사무실에서만 근무를 했던 나 그래서 이런 데서 일해본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이 마냥 부럽다.


이런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도 부럽고 재밌게 떠들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도 부럽다. 미팅이 끝나고는 자기들끼리 또 수다를 떨다가 삼겹살인지 뭔지 하여간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동안 나는 책을 읽고 표시해 둔 문장들을 블로그에 옮겨 담았다.


내가 머물렀던 방. (2024.03)


내 집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음료 주문할 때 보니 이 공간을 만든 분이 나온 신문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어서 읽어봤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런 북카페도 만들고 구독 공유서비스를 론칭해서 투자도 받는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해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문장들을 그간 잘 수집해 왔는데 누군가는 그걸로 사업아이템을 만드는구나.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북클럽도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집에서 오긴 멀긴 한데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런 곳이라면 나와 비슷한 아니면 적어도 결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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