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똑같을 텐데 왜 다른 도서관을 또 가나요?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류를 주로 읽지만 어쨌거나 책을 정기적으로 읽는 사람이다. 대신 책을 사지는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편인데 책을 주로 빌리는 주 도서관이 정해져 있다. 선정 기준은 집, 직장 등 내가 자주 움직이는 위치에서 다니기 편해야 하고 책도 다른 도서관에 비해 많은 곳들이다. 그런데도 왜 나는 굳이 다른 도서관을 탐방하러 다니는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도서관마다 건물의 사이즈나 위치가 다르다. 어떤 곳은 대로변에, 어떤 곳은 동네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어떤 곳은 아주 새롭고 큰 번쩍번쩍한 건물이거나 단독 건물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민센터나 다른 행정 공공 시설물과 함께 있는 경우도 아주 많다.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이 대부분이라 그렇다.
그리고 생긴 지 오래돼서 시설물이 조금 낙후한 곳, 비교적 최근에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난 곳 또는 아예 아주 최근에 생겨서 아직 새집 증후군 냄새가 빠지지 않은 곳도 있다. 건물의 크기도 위치도 도서관이 생겨난 타이밍도 각각 다르기에 도서관 분류번호에 의해 책이 배치된 점이 똑같다는 걸 빼면 나머지는 거의 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어떤 곳은 서가가 대체로 벽에 붙어 있고 가운데 공간은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또 어떤 곳은 벽이건 모든 공간에 빽빽하게 서가가 들어서 있는 곳도 있으며 보통은 수직 혹은 수평으로 반듯하게 세워져 있지만 역발상으로 사선으로 서가를 세워둔 곳도 있다. 조명이 밝은 곳도, 어두운 곳도 또 지나치게 밝게 느껴질 정도로 조명이 센 곳도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여러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이 있는 반면 어떤 책은 이 도서관에는 있는데 여기는 없고 또 저기에는 있고 이런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주 가끔 보고 싶은 책을 빌리기 위해 다른 도서관에 방문하거나 같은 관내(서울의 경우는 같은 구에 위치한 경우)에 있는 도서관이라면 타 도서관 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받아보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참 웃긴 게 분명 같은 책이 여러 도서관에 분포되어 있고 같은 도서 십진법 분류에 의해 번호가 붙어있지만 서가의 구조, 위치에 따라 이 도서관에서는 보지 못했던 책을 저 도서관에서는 '어, 이런 책이 있었어?' 하며 낯선 도서관에 가서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매우 흔하다.
나는 블로그 등에서 누군가 추천해 준 책 혹은 내가 서점에서 직접 보고 스스로 추천한 책을 도서관 가기 전에 미리 찾아보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서가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작가나 눈에 꽂히는 제목을 보고 그때그때 책을 고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고른 책이 마음에 드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번 가는 도서관에서는 이 '즉흥적으로' 책을 찾는 게 잘 되지 않는다.
매일 가는 도서관도 분명 그 도서관에 처음 방문했을 때가 있었을 테지. 그때는 전에 다니던 도서관과 달리 이곳이 매우 새롭고 신기하며 어느 서가에 가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책들이 눈에 띄어 신기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한 도서관을 다니면 서가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내가 그냥 걸어 다니면서 책과 만나는 방식으로는 도통 새로운 책과 만날 수가 없는 거다.
이럴 때는
낯선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책과 만난다.
낯선 도서관에 가야 우연히 서가를 돌다 마음에 드는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을 마구마구 발견할 수 있다. 분명 '도서관'이라는 성질은 같지만 서가의 위치와 모양, 높이 등으로 인해 책 배치가 달라지므로 내 시야에 들어오는 책들이 달라지는 거다. 재밌는 현상이다.
그렇게 오늘도 오랜만에 새로운 도서관에 갔다. 비록 원래 다니던 곳보다 서가 규모는 작았지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책 또 읽고 싶어지는 책들을 한 무더기 발견할 수 있었다.
싹 다 빌려오고 싶었지만 평소에 다니는 곳이 아니라 책을 한 번 빌리면 다시 이곳에 반납하러 와야 한다. 그래서 빌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참고는 메모장에 책 이름을 적어두었다. 책을 빌려서 읽는 건 원래 다니던 곳에서 해야지. 분명 그곳에도 이 책이 있었겠지만 그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야,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