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어디라도 아파야 일찍 일어나는 백수의 삶

by 세니seny

2024년 8월 어느 날의 일기.


어제 생리가 왔다. 이제는 아침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으니 눈이 떠져도 한참을 뭉그적거리다 결국 다시 잠이 들었다 거의 점심 나절이 되어서야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알람 대용으로 설정해 놓은 EBS 라디오 어플인 반디앱은 앱이 재생만 되고 플레이가 안 되는 걸까? 아놔 이걸로 아침 알람을 대신하기로 했으니 소리가 나야 듣고 일어날 텐데 왜 소리는 안 나고 앱만 켜져 있는거냐구, 대체.


물론 오늘은 영화를 예매해 놓은 탓도 있겠지만 어젯밤 자기 직전에 약을 안 먹어서 그런지 생리통 약발이 떨어져서 눈이 떠졌을 때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이건 화장실에 가서 대장을 살살 달래며 얼른 나와라~ 할 성질의 그것이 아니라 단지 작은 알약 하나 꿀꺽 삼키면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그래서 30분이 지나면 서서히 그 통증이 가라앉을 것을 알고 있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결국 약을 먹기 위해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오랜만에 아주 이례적으로 일찍-그래봤자 아침 8시지만-일어나게 되었다.


어딘가 아파서 그 통증을 참을 수 없어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서 그제야 침대를 벗어나고 하루를 시작하는 나. 아이러니하네. 오히려 컨디션이 좋으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기 바쁜데. 유튜브 하나면 누워서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가능한 내가 구독한 채널만 보기로 결정했지만 끊임없는 알고리즘의 추천과 몸을 일으키기 싫다는 게으름에 나는 굴복하고 만다.


생리통 덕분에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이 생리통을 잘 잠재워야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으므로 일단 약부터 먹고 다시 배를 움켜쥐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제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


시간이 조금 지나니 약발이 듣는지 통증은 잘 가라앉았다. 오늘은 통증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리 둘째 날인데 오전 나절부터 오후까지 밖을 나돌아 다니는 스케줄이다.


원래는 프랑스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프랑스어가 흘러넘치는 프랑스 영화를 후딱 보고 집에 바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오랜만의 외출이라 집 밖에 좀 더 머물고 싶어 스케줄을 잡았다. 그래서 하루종일 생리양과 통증을 잘 다스려야만 한다. 사뭇 쓸데없이 비장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 낯선 도서관에 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