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라고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인데 나는 왜...?
2024년 10월 초의 어느 날에 쓴 글.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KBS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은 올해 초, 2024년 1월에 종영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시점인 10월엔 아직 종영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올해 추석 특집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무려 9개월이나 빠른 추석특집을 그러니까 연초에 추석특집을 만들어서 방송 내보내기 있냐고 없냐고. 어쩜 그래. 이렇게 센스가 넘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4년 10월 초인데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때는 아직 종영 소식도 나오지 않았을 때고 언밸런스 음원이 나올 시기라 떡밥도 많고 기대도 많았을 시절이다. 시청률이 좀 낮다고는 해도 아직 어디선가 포텐이 터질 거라고 믿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3년 10월. 나는 개인적으로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결심한 것이긴 하지만 회사에서 팀장을 맡게 되었고 결코 쉽지 않았다. 지옥 같은 9월을 보내면서 정말 일주일, 일주일, 일주일을 홍김동전 보는 낙으로 버텼고 그 바쁜 와중에도 홍김동전 네버 뮤비 촬영현장에도 갔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약 일 년 전쯤에 있던 일이었다.
<홍김동전>은 올해(2024년) 1월에 종영했는데 마지막 방송분이 추석특집 편이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는 1월에 추석특집을 내보낼 생각을 하다니,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방송은 팬카페 사람들과 모여서 같이 봤는데 그 이후로 마음이 아파서 다시 보질 못했다.
그래서 아껴두다가 진짜로 추석에 맞춰 다시 보려고 했었는데 아직도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더라. 그래서 막방은 방송 마지막날 그러니까 올해 1월에 팬들하고 모여서 본 뒤로 다시 보질 못하고 있다. 일부러 진짜 추석 되면 보려고 아껴뒀음에도.
얼마 전, 본가에서 신김치를 가져와서 볶아 먹었는데 그걸 먹자마자 두부김치로 먹으면 딱이겠는데?라는 생각이 났다. 그날은 두부는 있었지만 막걸리가 없어서 다음번에 엄마한테 볶은 김치를 받아왔고 마침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두부가 있어서 그에 맞춰 미리 막걸리를 사다 놓고 이날만을 기다렸다.
백수니까 술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지만 나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월, 수, 금 오전엔 수영을 가기 때문에 그 전날엔 술은 먹을 수 없다. 아니, 안 먹기로 한다. 그렇다면 다음날에 수영을 가지 않는 월, 수, 금 저녁에 먹으면 되지만 술을 마시면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이 간다.
내가 출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오전에 일어나서 해야 하는 공부가 있기 때문에 술 쳐 먹고 못 일어나면 자괴감과 함께 사람이 바닥을 기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평일엔 가능한 술을 먹지 않고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정도에나 마신다. 토요일 저녁에도 술을 마실 수 없는 게 매주 일요일에 등산을 가기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술을 마실 수 없다.
그리하여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 밤. 엄마한테 받아온 볶음김치를 한 번 더 볶는다. 두부는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썬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기를 제거한다.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 마구 흔들어준 뒤 조금 이따 뚜껑을 열고 컵에 졸졸졸 따른다.
두부김치와 막거리를 마시며 뭘 볼까? 하다 오랜만에 <홍김동전>이나 보자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술기운이 아닌 맨 정신엔 볼 수가 없었던 걸까? 재밌는 프로그램인데도 이제 맨 정신에는 슬퍼서 마음 놓고 볼 수가 없다.
우리 멤버들은 알아서들(?) 잘살고 있다. 진경언니는 이후로도 여러 프로그램에 나온다. 숙언니도 프로그램은 몇 개 날아갔으나 그동안 너무 바빴고 힘들었을 거 같은데 오히려 쉴 수 있으니 잘된 거 같기도 하다. 비보쇼도 무사히 마쳤고, 낚시도 시작했고 열심히 먹방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땡땡이인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임…ㅋ)
세호오빠는 KBS의 장수예능인 <1박 2일> 멤버로 들어갔다. 멤버 중 한 명이 <1박 2일>에 들어갔으니 이제 <홍김동전>이 부활한다거나 특별편으로라도 방송되는 일은 없겠지. 그래도 <홍김동전>이 종영하면서 KBS에서 쫓겨났는데 간판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들어가서 2화부터 빠지게 된(신혼여행이라ㅎ) 상황조차 웃겼다. 생수병 던져서 세우는 것도 잘하는 게 웃겼는데 그동안의 방송 짬이 있으니 이것저것, 의외로 다 잘한다는 것도 <홍김동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1박 2일>에서 보이니까 <홍김동전>이 더 생각났다. 그런데 만약 <홍김동전>이 지금까지 계속 방영되었다면 전국적으로 인지도 있는 방송인 <1박 2일>에는 들어가지는 못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개인에게는 그게 더 좋은 일이겠지만 다섯 명의 조합이 너무나 좋았던 나로서는 참 아쉽다.
우재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이제는 <구해줘 홈즈>에 숙언니랑 같이 나온다. 또 웹예능에서 가끔 세호오빠랑 같이 나오는데 둘이 참 안 맞는 듯하면서도 잘 맞는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구나 해서 괜히 내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고 안심도 된다. 우영이는 서핑에 취미를 붙여서 내가 즐겨보는 정재형 님의 유튜브 ‘요정재형’ 채널에도 나왔는데 실없는 농담도 여전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다.
오늘은 수많은 영상 중 혼성그룹 언밸런스를 준비할 때의 미방영상을 봤다. 처음엔 보기 힘들었는데 막걸리를 한두 입 마시고 술기운이 올라오니까 깔깔대면서 웃을 수 있었다. 불과 일 년 전에 이걸 봤던,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들이 함께 떠오르면서.
나 작년 이맘때 진짜 힘들었었는데... 그때 정말 유일한 낙이 홍김동전 보는 거, 일주일에 이거 기다리는 거 그거 하나였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 뭐가 됐든 이번 주 홍김동전만 보자!' 하며 목요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실제로는 텔레비전이 없어서 일주일을 마무리하고 금요일 저녁쯤이나 토요일에 인터넷으로 보긴 했지만.)
방송을 보면서도 그때의 나는 이미 퇴사 계획을 확정했었다. 그리고 퇴사 후 바로 취직할 게 아니니까 아마 그로부터 1년 뒤의 나는 전직을 위해 준비하고 있겠지. 그러니 그때도 <홍김동전>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홍김동전> 없는 2024년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지 뭐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회사 다닐 때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아서 <홍김동전>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그냥 웹예능이라도 좋으니 아니면 비보에서라도 좋으니 어딘가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라도, 일회성으로라도, 한 번쯤 뭉쳐서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쯤 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어쨌거나 종영한 지 근 1년이 다 되어 가는 하지만 나의 정말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줘서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당분간 이렇게 마음 가는 프로그램은 찾지 못할 거 같아 더더욱 안타까운 <홍김동전>이다.
덧.
이 글은 이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2024년 10월에 써둔 글이었다. 그래서 이 글 이후로는 더 이상 <홍김동전> 관련 글은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