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ㄹ하니까 조금 공손해진 부동산 중개인
그렇게 폭풍 같은 주말이 지나고...
주말에 집을 보고 간 팀 중에 계약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누군지는 말을 안 해줬는데 부부 혹은 신혼부부 중 한 팀 같았다. 그러면서 이사날짜로는 언제가 괜찮겠냐고 묻는다.
이삿날은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주말의 토요일로 얘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전세금 보호를 위해 전세권을 설정해 놔서 잔금을 받고 이걸 해지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원이 운영하는 평일에 이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사 들어오면서 전세권을 설정할 때도 금요일에 잔금을 치렀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평일이 낫겠지 싶어서 금요일로 얘기했다. 나야 뭐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는 거니 날짜를 정확히 맞추지 않아도 돼서 괜찮았다. 그러고 계약금이 입금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집 딱 한 번 치우고 두 번 보여줬는데 계약까지 한방에 고? 너무 좋은데? 집 보러 올 때마다 보여주는 것도 귀찮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집을 치워야 되고 보일러를 틀어야 되며 그 시간 맞춰서 꼭 집에 있어야 되는지. 그런 게 다 너무 싫었다.
그래도 계약할 때는 집주인이랑 세입자가 만나야 되니까 보통 주말에 만나서 하겠지? 싶어서 잊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뒤로 며칠간 집 보러 온다는 연락이 없었다. 그랬는데…
며칠 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는데 계약하려던 사람들이 대출이 안 돼서 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비싼 집도 아닌데 대출이 왜 안돼? 사람 기대하게 해 놓고. 그래서 집을 다시 보여줘야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주에 있었던 사건으로 엄마가 부동산 중개인한테 전화해서 한바탕 한 효과 때문인지 이제는 공손하다는 느낌으로 연락이 왔다. 이번 주말에도 역시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하는데 내가 그날은 프랑스어 시험 때문에 점심 먹고 바로 나가야 했다. 저번처럼 10분이라도 늦으면 내가 밥 먹고 나갈 시간이 부족하고 시험장에 지각할 수도 있다. 일정이 있어서 나가야 하니 꼭! 늦지 않게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늦지 않게 가겠다고 하더라.
이런 거는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ㅈㄹ떨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원래는 11시~11시 반 사이에 온다더니 딱 11시에 일찍 왔다. 차라리 일찍 오는 게 낫다. 그리고 제발 부동산에서 출발할 때 전화 좀 주세요. 그래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죠.
이날도 두 팀이나 집을 보고 갔다. 지난주에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집 보러 오는 세입자들도 꼴 보기 싫어졌다. 이제 그만 좀 와, 제발. 커플 한 쌍과 함께 지난번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남자 한 명이 혼자 왔다. 오늘 온 사람은 제발 미친놈이 아니길 바란다. 이렇게 주말에 온 두 팀은 나가리 됐는지 소식이 없다.
그러다 주말이 지나고 화요일 밤 9시에 카톡이 왔다.
뭐지? 설마 지금 온다는 건 아니겠지? 하고 열어보니 내일 저녁에 방문해도 되냐는 메시지. 밤늦게 카톡 보낸 거에 대해 뭐라고 하려다가 내가 하루 전에는 연락 달라고 했으니 그래 뭐, 하며 넘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