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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또다시 이사

제발 상식 좀 챙깁시다

by 세니seny

사회적으로 말하는 '좋은'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면 부동산에 내놓은 집이니까 약속도 없이 와가지고는, 어제 와서 잠깐 봤으니까 안면 텄다고 치고(?) 잠깐 내부 휙휙 보는 거니까 지들 편한 시간에 맞춰서 계약금도 뭣도 안 내서 아무런 권리관계도 없는 집을, 전 세입자가 계약기간에 맞게 정당하게 살고 있는 집을 마음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거야? 진짜 얼탱이가 없더라.


어떻게 뇌 회로가 그렇게 돌아가지? 아무리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했어도 그렇지 그렇게 상식이 없나? 그런 남자하고 결혼하는 여자도 똑같은 인간이다. 늬들 같으면 보여주겠냐? 내가 혼자 사는 여자라고 얼마나 무시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만약 이 집에 키 190센티미터에 거구인 남자가 살았어도 과연 그랬을까?


엄마는 부동산 중개인 아주머니한테 얼마나 곱게 기른 딸인데 그딴 인간을 데려와서 집을 보여 주느냐, 부모도 이 근처에 살고 있으며 늬들이 무시할 만한 그런 사람 아니다, 옛날에 집 보러 왔다고 문 열어줬다가 살인사건난 거 모르느냐, 그런 사람하고는 계약하지 말라며 전화로 한바탕 퍼부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동산 중개인 아주머니는 이사 올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어떻게든 자기는 계약을 성사시켜야 되니까 그랬겠지만 주인은 하지도 않은 말인데 1000만 원을 깎아줄 것처럼 말을 흘렸다. 나는 어차피 이사가 급했는데 마침 여기가 비어있는 집이었고 다행히 예산도 맞아서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즉 천만 원을 깎아주지 않아도 계약할 의사가 있었단 말이다. 그래도 그 말을 들은 게 있으니 기대를 하게 되는데 막상 계약할 때 되니까 그런 거 없다고 하더라. 그럼 처음부터 말을 말았어야지. 천만 원 가지고 계약할 안 할 사람은 안 하고 할 사람은 오천만 원 차이 나도 다 합니다. 이러니 부동산 중개인들이 신용을 못 얻는 거 아녀.


나도 집 보여주는 거 너무 귀찮지만 내 돈 받아야 하니까 협조하는 거지. 내가 좋게 얘기했더니 아주 날 물로 보고, 무르게 보고, XX 만만하게 본 거다, 이 아줌마가. 그렇다고 나를 만만하게 본다는 티를 그렇게 내면 어떡해? 나를 더 뽑아먹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이판사판, 나도 깐깐하게 굴어야겠다. 엄마가 한바탕 더했으니 깨갱할 거다.


아무튼 이런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이라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기분이 정말 그지 같다. 아까 집 보러 온 그 연놈들한테 너네들 경찰서 신고감이라고 한마디 퍼부어줬어야 되는데 그 말을 못 하고 내 보증금이 걸려있다고 생각해서 '집 보러 올 거면 약속 잡고 다시 오세요'라고 정중하게 말한 게 더 빡친다.


대체 무슨 얼마나 대단한 '-사'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랑 부동산 직거래하는 것도 아니면서 기본 상식과 개념도 없이 부동산도 쉬는 일요일 오후에 당당하게 찾아와서 벨을 누르고 집을 보여달라고 하는 그런 자기만의 상식을 가진 '-사'자라는 남자 XX.


자격증 하나 있다고 본인은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채로,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 사람을 우러러보면서 우쭈쭈 해줄 테니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일을 하고 있겠지. 제발 이 XX는 계약 안 했으면 좋겠다. 너 아니어도 계약할 사람은 있어. 꺼져.


혹시라도 비슷한 일을 본인이 했거나 본인이라고 생각되는 분은 '내가 큰 잘못했구나'하고 반성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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