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 먼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기 : 중학생 시절
영어에 대한 관심으로 외국어에 눈 뜨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외국어는 가까우면서 먼 나라로 묘사되는 일본의 일본어다.
소싯적, 대학교 영문과에 지원하고 싶었다던 아빠. 하지만 영문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를 나와 전공을 살려 관련된 분야에 종사했다. 어쨌든 그렇게 어학에 조금 관심이 있었던 아빠 때문인지 집에 일본어 회화책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서가에 눈독을 들이던 책벌레였던 나는 집에 굴러다니던 일본어 회화책을 가끔 들춰보곤 했었다. 그 책에는 일본어 글자 위에 한글로 발음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히라가나나 한자를 전혀 몰라도 교재를 읽을 수 있었다.
마침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 후 교실에 일본어 수업이 생겼고 거기서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에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듯한, 글씨도 아주 크고 내용도 쉬운 교재로 공부를 했는데 다음 학기부터 담당하던 선생님이 바뀌게 되었다.
첫 번째 선생님은 한 학기만 수업했기 때문에 어떤 분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있고 젊었던 두 번째 선생님은 기억이 많이 난다. 왜냐하면 처음 만난 선생님보다 이 선생님한테 진짜 많이 배웠고 그 사이 실력도 쑥쑥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 선생님과의 첫 수업에 지각을 했다. 보통 첫 수업 때 선생님 이름 등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데 그걸 놓쳤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선생님의 성함을 모른다. 성함을 몰라도 그저 "선생님~" 이라고만 불러도 됐으니까. 이 분은 심지어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라면서 본인 집 전화번호도 알려주셨다.
순수했던 나는 수업이 없는 방학 때 선생님 댁에 전화해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곤 했었다. 지금은 개인정보보호법 어쩌고 해서 이런 일들이 진즉에 사라졌지만 그 시절이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아마 선생님은 내 이름을 들으면 단박에(?) 나인지 아실 거 같은데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선생님은 첫 선생님과는 다르게 성인용 교재를 가지고 학습했다. 교재의 글씨도 작아졌고 성인 대상 교재다 보니 내용도 회사 어쩌고 와 같은 것들이라 중학생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 교재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아직도 그 교재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그때도 초등학교 때 튼튼영어를 하면서 영어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처럼 일본어를 배울 때도 이 교재를 씹어먹을 듯이 본문을 다 외우고 다녔다. 그렇게 1학년 2학기부터 2학년 때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같은 선생님과 공부를 했다.
2학년 1학기 이후로도 방과 후 일본어 교실은 계속 개설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선생님 한 분이 기존에 배우던 학생들과 새로 배우는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선생님은 그룹을 나눠서 이쪽에서 10분 정도 설명하고 또 다른 그룹에 가서 10분 정도 설명하는 등 돌아가면서 수업을 했다. 아무래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한테 가르칠 게 많다 보니 그 아이들 수업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나는 지루해졌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는 다른 방과 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일본어 수업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