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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라디오소설 낭독모임에 참여하다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간 단편소설 하나 읽기

by 세니seny

(2022년 시점에 쓴 글입니다.)



나는 현재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에 중국어까지 4개 국어를 공부 중이다. 이 중 일본어는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공부를 시작한 언어다. 그리고 영어 다음으로 공부한 기간이 길기도 하다.


처음 일본어를 배운 건 중학교 방과 후 수업 시간을 통해서였고 그 뒤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 수업을 들은 것을 제외하고는 혼자서 공부해 봤다. 그러다 작년부터 전화일본어 수업을 시작했고 벌써 1년이 넘었다.


전화일본어 수업은 10분으로 짧긴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나 단어 등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받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억양과 인토네이션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사람들이 일본어를 흉내 낼 때 보면 본능적으로 느끼듯이 뭔가 일본어 특유의 억양이나 흐름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고 나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그동안 그걸 잘 따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동안 전혀 다른 인토네이션을 그러니까 잘못 발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졌다.


인토네이션이나 강약이 이렇게까지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강세가 앞에 오냐 뒤에 오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단어가 부지기수였다. 우리나라도 동음이의어가 많고 그 동음이의어는 발음의 장/단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 대부분 문맥에 따라 이해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문법적인 부분도 아직 문제가 많지만 인토네이션을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런데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와 달리 순수한 어학학습자의 입장만 생각하기가 참 어렵다. 왜냐하면 일본이 아무래도 한때 우리의 지배국이었다 보니 지배국의 언어를 잘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광복절 하루 정도는 공부를 안 하는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그래서 이런저런 감정 빼고 어학학습자로서의 관점만 보자면 순수하게 그 나라 사람처럼 말하고 싶고 그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으로, 톤으로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나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 거다.


인토네이션이나 억양을 고치기 위해 가장 좋은 건 1:1로 과외를 받는 것이겠지만 내가 일본어로 먹고살 것도 아니고 직업이 통역사나 번역사도 아닌 마당에 그렇게까지 비용과 시간을 쓸 순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섀도잉 공부가 좋다 하여 NHK뉴스로 섀도잉을 시도했지만 뉴스에 나오는 단어들은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나운서가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래서 한 달 정도 꾸역꾸역 하고 있던 와중에 이걸 발견했다.


일본어 라디오 소설을
낭독하는 모임.


일본어 라디오 소설이 올라오는 팟캐스트가 있다. 한 회차당 분량이 10분 정도로 짧은 분량의 라디오 소설 낭독이 올라온다. 이걸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에 걸쳐 1/5 분량만 낭독해서 단톡방에 낭독한 파일을 올리는 거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해야 하는 양도 1,2분 정도로 부담이 되지 않았고 모임 참여가격 또한 크게 부담 없는 수준에서 책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임을 이끌어주시는 분이 통번역 공부하신 분이라 스크립트랑 인토네이션이 나와 있는 자료도 제공해 주시고 한 달 과정이 끝나면 피드백도 준다고 했다.


문학작품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나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다. 나는 여태까지 원서를 사서 혼자 소리 내어 읽어오곤 했으니까. 이건 공부의 목적도 있지만 내가 소설이나 문학작품 읽는 걸 좋아하니까 그 나라 언어(원어)로 된 작품을 직접 읽어보면 어떨까? 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린 왕자> 같은 작품은 일본어가 원어는 아니지만 전 세계에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라 같은 작품을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같은 내용을 여러 언어로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읽어본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모임에 참여신청을 했다.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만났을 때(상)>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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