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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day : 팀장님 퇴사하는 날 (중)

내가 퇴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물이 나는지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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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그동안 항상 내가 상사보다 먼저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상사복이 있는 편이었던지라 나의 상사는 적당히들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었어도 그 사람들과 헤어져서라기 보단 내가 퇴사하는 것에, 그동안 내가 참 수고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서 눈물이 났었다. 퇴사한 이후에 달라질 나와 그 사람의 관계성 때문에 울진 않았다.


그들은 참 좋은 사람/상사였다. 회사에서 지내는 동안 좋은 사람 만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내가 인간관계 넓히는 걸 잘 못하고 안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 지금과 비슷한 케이스가 팀장님 이전에 퇴사했던 상사인데 그분도 좋은 분이었지만 서운함의 정도를 지금과 비교하자면 비교가 안된다. (그분께는 죄송^^;)


마스크 안에서 울먹거리던 나는 마치 내가 첫 번째 회사 퇴사했을 때, 퇴사라는 감각을 처음 느꼈을 때 그때처럼 울었다. 입사를 간절히 원하던 곳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스스로 제 발로 걸어 나온 곳. 마지막날 퇴근하고 나와서 길에서 울었던 것처럼 딱 그런 수준의 눈물이 났다. 대체 이게 뭐라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헤어져서 영영 못 만나는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닌데 대체 상사가 퇴사하는 게 이게 뭐라고 우는 거야.


이런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탔다. 집에 간답시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마침 집으로 버스가 바로 왔길래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좀 걷다가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도 되는데.


금요일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 혼자 마스크 안쪽으로 코를 질질 흘리고 삼키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냥 잠깐 울컥한 거였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이건 진짜로 엉엉 울어야 될 각이다. 그래야만 이 울컥함이 해소될 각.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순 없었지만 입을 앙 다물고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게 했다. 버스라는 밀폐된 공간이라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이걸 자제하지 않아도 되는 뻥 뚫린 길거리 같은 곳이었다면 마스크고 뭐고 집어던지고 강남 한복판에서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봐도 쟤 무슨 큰 일 있는 거 아냐? 하고 느낄 만큼.


나는 대체 왜 눈물이 났던 걸까? 뭔가 억울했던 걸까? 많이 슬펐던 걸까? 아무리 가까운 데로 이직을 했네 어쨌네 해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회사라는 곳에 모이는 것도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모이는 것이고 헤어질 때도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움직인다. 그러니 회사 나가면 다 그게 그거라고, 어느 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장님이 처음으로 퇴사 소식을 말했을 땐 놀라기만 했었다. 그러다 어차피 마음 정한 사람이니까 되돌아올 일은 없겠다 싶었다. 그럼 내가 얼른 정을 떼고 팀장님의 그늘로부터 빠르게 독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맞는 거고. 그걸 제대로 못하면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날 이렇게까지 엉엉 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에도 많이 서운하고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의지하고 있던 가지가 툭 부러져 나간 느낌이랄까. 이래서 상사보다 퇴사를 먼저 해야 한다. 특히 마음에 드는 상사일 경우. 되게 웃기지? 오히려 '마음에 드는 상사와 오래오래 같이 일했습니다~ 정년퇴직까지 같이 일했습니다~'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그 사람이 퇴사하기 전에 내가 퇴사해야 한다는 이 미스터리한 구조.


나는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서도 계속 울먹거리면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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