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파도소리를 들었다
2009년 시점에 쓴 글입니다.
황금연휴다. 그러나 나는 도서관에 두 번 들렀다가 생긴 욕심으로 얻은 대여섯 권의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다. 책은 물론 재미있고 평소에 빌리러 갔다가 허탕 친 책들을 빌려오게 되어 정말 기쁘지만 한꺼번에 여러 권을 읽으려니 살짝 정신이 없다. 가끔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원서에 써야 할 각종 문구들을 다듬기도 하고 DMB를 틀어 무얼 하나 쳐다보기도 하고 히키의 블로그를 읽으며 실실거리기도 한다.
어제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발목도 좋지 않고 씻지도 않았더니 귀찮아졌다. 그래서 내 방 창으로 보는 하늘만 보고 망설이다가 동생이라고 부르는-그러나 지금은 그냥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아니 자칫하면 화나게 하는 서류상의 이름일 뿐이다-아이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 사이, 창이 넓은 베란다에 나가보니 열린 창문 밖으로는 바람이 불어왔다. 창 밖의 안양천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한 번 나가보기로 했다. 원래 오전에 수영을 다녀오려고 했었지만 아침을 먹고 화장실에 갔다가 휴지에 묻은 아주 흐린 빛깔의 빨간빛을 보고 생리가 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헬스도 가기가 싫어졌다.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생각보다 날씨가 아주 좋았다. 오히려 약간 덥기까지 했다. 모자를 가져올 걸, 하는 후회를 잠시 했다. 선크림도 안 발랐네. 선크림도 얼른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자전거를 끌고 안양천으로 갔다. 아직 부분적으로 공사 중이라 길이 좋지 않았다.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위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재생시킨 후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중간 쯔음, 그러니까 광명에 도착했을 때 유자차를 들으며 그걸 기점으로 해서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광명에 다 와서 좀 쉬려고 의자를 찾아 앉았다. 막상 타고 있을 때는 힘든 줄을 몰랐었는데 내리니까 발목이 욱신거리는 게 느껴지고 다리가 딴딴해졌으며 '보편적인 노래'의 마지막 기타 솔로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에 맞게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잘 어우러지게 들렸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트랙은 '유자차'였다.
'유자차'를 듣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이 음반의 재생시간은 다른 음반에 비해 짧은 편이라 돌아가는 도중에 음악이 끊길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제 길도 새로 정비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유자차'를 들으며 쉰 뒤 바로 다음 노래가 나오자 나는 결국 다시 하안동 쪽을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