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편 이용 단상 : 삶의 선택지에서도 리스크가 적다면
2022년에 쓴 글입니다.
출근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선택지)이 여러 개 있다는 건 편한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내가 사는 곳은 교통편이 좋아서 출근 루트가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다.
출근길엔 강남역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때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만 해도(물론 안 가는 버스도 있지만) 버스정류장에 가서 3분 이내로 아무 버스나 잡아타도 간다. 이제는 그 수많은 버스 중에 강남역 가는 버스와 안 가는 버스 번호도 구분도 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뭐든지 한 방에 가는 건 없지만 버스-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버스-지하철을 타도 된다. 이 버스-버스 노선도 앞에 버스 2가지, 뒤에 버스 3가지 해서 2*3으로 경우의 수가 여섯 가지나 나온다. 그리고 버스-지하철의 경우 지하철은 노선 하나지만 버스가 5,6개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로 따지면 역시 5,6가지 방법이 도출된다.
버스-버스 노선을 이용하다가 버스에서 우연히 팀장님을 마주친 이후로는 버스-지하철 루트를 이용해 출근한다. 만약 오늘은 날이 좋다? 그럼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강남대로를 걸어서 2호선 강남역으로 가면 된다. 만약 날이 궂고 춥고 비바람이 친다면? 한 정거장 더 가서 강남역 신분당선 출구로 쏙 들어가면 된다.
원래 기존에 이용하던 버스-버스 루트는 퇴근길에 애용한다. 지하철보단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내가 버스 타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도 자주 오는 편인 데다가 또 그렇게 붐비지도 않아서(희한하지?) 앉아서 올 때도 많아 만족스럽다.
출근길에 다른 루트를 선택한다고 해서 지각할 위험성도 크지 않다. 오늘은 5분 빠르거나 5분 늦거나 딱 이 정도. 다행히 회사마저도 지하철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어서 이게 엄청난 이점이다. 추위, 더위, 비, 바람, 눈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온 뒤 지하도를 통해 건물 출입구로 쏙 들어가기만 하면 끝이다.
이 기나긴 출근길의 최종 보스는 엘리베이터다. 우리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것인지 아니면 출근시간대에 직원수가 몰리는 것에 비해 적은 인원이 타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전쟁이 따로 없다. 내 출근길 지각의 90% 이상은 이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낮은 층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상황을 본 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걸어 올라가는 일이 허다하지만.
어쨌든 엘리베이터만 빼면 나는 출근길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그러니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눈앞에 두고도 횡단보도에서 뛰지 않았다. 그저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삶의 선택지도 이렇게 리스크가 적다면? 그러면 여러 선택지를 두고 이 선택도 해보고 저 선택도 해보고 할 텐데 하는 생각. 선택의 결과에 있어서 유연성이 받아들여지는, 기본적인 안정성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오늘 출근길에서 얻어낸 작은 힌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