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퇴사 예정 소식을 전달하기 (1)

그 간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들

by 세니seny

팀장님도 이런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으실 거다. 나에 대해 기대하고 팀장 추천도 해주신 건데 엄청 실망하셨을 거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퇴사한 다른 부서 사람들 만나서 나한테 잘해주라 말해봐야 뭐 해. 그 사람들은 이미 퇴사한 사람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내가 전화로 소리 지르며 싸웠다던 그 팀장과도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신 모양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지만 아무래도 회사에 본인이 있었을 때의 영향력이 달라짐을 느꼈겠지. 본인이 하는 말이 별로 영향을 못 미친다는 사실을 느끼셨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짠하니까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굳이 시간을 써가며 자리를 만들어서 그분을 만난 거겠지.


팀장님이 퇴사할 때는 저도 이직 생각 있어서 올해 초에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정도만 이야기했었다. 그때도 솔직하게 말한 건 맞는데 그거 말고도 한 50% 아니 한 70% 정도의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있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까지 했다. 그래야 내가 퇴사한다는 이유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 되고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본부장님이 팀장이던 시절, 그때도 한번 그런 적이 있었다. 무심결에 '일하기 싫어요'라고 했다가 몇 번 불려 가고 책을 잔뜩 선물로 받곤 했었던 적이.


그런데 그게 충동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 계속 마음속에 이 회계 업무를 딱 10년만 해야지, 최대 10년만. 그 안에는 반드시 다른 일을 찾아 떠날 거야 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거였다고. 그래서 그때 그 말도 무심결에 흘러나온 거였다고.


그렇게 계속 회사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고민하고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어쨌든 월급도 나오고 팀장님이라는 버팀막도 있었으니까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그리고 팀원일 때는 내 일만 하면 되니까 퇴근하고 나면 회사일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고 개인생활이 가능했다.


물론 이번 팀장직 제안도 거절하려면 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고민이 되었던 건 어쨌거나 조직에서 기회를 줬는데 내가 스스로 안 하겠다고 차버리면 내가 나를 모자란 사람으로 인정하고 수그리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런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직도 안 됐으니 이직했다고 생각하고 해 보면 어떨까 해서 수락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아니다고 판명 났다. 오히려 내가 이 일을 정말로 그만해야겠다, 이미 늦었지만 얼른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아마 계속 팀장님이 근무하고 나도 팀원이었다면 지금의 상태가 편하니까 한 달, 두 달, 아니 적어도 1, 2년은 더 회사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더 나이만 먹고 그만두고 나갈 타이밍을 놓쳐서 정말 억지로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거라고.


오히려 이번에 좀 힘들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팀장이라는 걸 경험해 봤다. 그리고 이제 그만두더라도 팀장까지 해보고 그만뒀다와 팀원으로 그만뒀다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오히려 팀장이라는 이 격한(?) 환경에 내던져짐으로써, 나를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선택을 그만 질질 끌고 제2의 직업을 찾아 나서게 된 고마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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