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부터 새해에도 쉬지 않고 매일 출근 중입니다
그리고 1월 2일, 또 출근.
남들은 새해 첫 출근이라는데 난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계속 출근이네? 달력 상 날짜와 연도는 바뀌었지만 해가 바뀐다는 감각 따위 없다. 게다가 나는 여전히 전년도 자료를 마감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전년도와 12월 날짜로 자료를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슈가 있어 재무제표가 늦게 확정되는 바람에 이후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느라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내일부터 곧바로 세무조정과 회계감사가 동시에 시작되는 미친 스케줄. 이 놈의 회사 이제 때려치운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구. 세무조정팀 회계사한테 농담처럼 지나가듯이 말했지만 일하면서 회의감 든다는 그 말, 진심이다. 내가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망의 1월 3일.
우리 회사는 일정이 타이트해서 회계감사팀과 세무조정팀 두 팀이 동시에 온다. 양쪽 팀 케어하려니 바쁘다, 바빠.
감사팀과 세무팀이 같은 회계법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다른 법인에서 오기 때문에 점심도 따로 챙겨야 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내가 대빵 자격으로 세무팀과 따로 먹기로 했다. 실은 감사팀보다 세무팀과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해서 도망쳤다고 볼 수도 있다. 감사팀과는 은근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잘못한 게 없는데도 캐물으며 조사받는 느낌이라 함께 있는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연말과 새해에는 계속 재택근무를 하며 딱 필요한 일만 하던 임신 초기인 직원이 새해를 맞아(?) 출근했다. 그런데 자기는 점심약속이 있다면서(???) 감사팀과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쏙 빠진다. 이런 날은 약속을 잡지도 않거니와 있던 약속도 미루는 판인데... 결국 연차가 어린 나머지 팀원 둘만 감사팀 회계사들하고 밥을 먹는 상황이 되었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 세 달 뒤에 저 사람과 나는 그냥 길을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람이 될 테니 너무 마음 쓰지 말자. 고참인 팀원 치고 하는 행동이 너무 마음에 안 들지만 저렇게 생겨먹은 사람을 어떻게 바꾸겠니. 넘어가자.
첫날은 자료 보느라 그런지 질문이 거의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본격 질문 및 자료 추가요청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이것만 해도 지금 정신없는 와중에 대금 못 받는 거래처에 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그것도 하필 우리 팀 제일 바쁜 연말부터 시작한다고 하네. 우리 회사는 법무팀이 따로 없어서 변호사님과 연락하고 서류 준비하는 각종 뒤처리를 내가 다 하고 있네? 영업부서에 협조 요청, 이서류 저서류 서류 달라, 이 사건과 저 사건의 인과관계는 어떻게 된 거냐, 금액은 얼마냐 등. 그 와중에 나는 다른 일도 다 쳐낸다. 나는 해낸다. 하하하. 이렇게 사람이 미쳐간다.
세무조정팀도 세무 조정결과를 던져주고 떠나고 감사인들도 중요한 것들은 다 물어본 거 같다며 퇴근했다. 그들이 요청했는데 아직 우리한테 받지 못한 자료 목록을 던져주고서. 감사는 내일 하루 더 남았는데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