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초보 팀장의 팀원평가 (2)

반쪽짜리 팀원평가 해치우기 : 보스몹 고참 팀원

by 세니seny

마지막 끝판왕 보스. 팀 내 가장 연장자 팀원몹, 오라.


첫 항목부터 서로 생각하는 등급이 달랐다.


만약 내가 이 업무를 이 친구와 똑같이 했으면 절대 이 등급 안 줬다. 게다가 이 친구는 본인이 다 했다고 생각하고 팀장님한테 토스했는데, 팀장님이 나한테 쟤가 제대로 못해가지고 자기가 다 수습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그런 얘기 안 해도 옆에서 보기에도 실제로 그랬음-내 업무가 아닌데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본인은 아주 성공적으로 업무 마무리를 잘했다면서 후하게 점수를 줬더라. 아무튼 나는 내 의견을 전달했고 나머지 항목은 서로 평가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한 가지 항목은 내가 더 높게 점수를 준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하려는 찰나 전체적으로 코멘트할 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팀장님이 앞으로 어떻게 팀을 꾸려나가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 자기는 우리 팀이 다른 팀에 조언도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네? 그러면서 나의 생각을 자세하게 듣고 싶다고 하는데 가슴이 탁 찔렸다.


그래, 네가 봐도 내가 비전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거 같아 보였나 보구나. 그런데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나 다다음달 퇴사 예정이라 비전이고 자시고 쥐뿔도 없어. 비전? 계획? 그게 다 뭐야? 다음 사람이 알아서 잘하겠지. 아, 너 그런데 곧 출산휴가 가잖아? 이런 건 왜 물어보는 거지? 팀장이 어쩌고 하고 전에 자기 잇속만 차리던 본인의 행동은 알고 있을까?


하지만 내가 회사에 공식적으로 퇴사통보를 하기로 정한 시점까지는 아직도 며칠이나 더 남아 있었다. 오늘 평가면담까지 다 마치고 곧바로 긴 휴가를 다녀온 뒤 그러고 나서 '저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오늘 질문에 대한 답은 조만간 얘기하겠다고 했다. 곧 어떤 식으로든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시간이 올 거야. 좀 만 더 기다려.


면담이 끝나고 나서도 코멘트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상사에게 최종파일을 보내고 나서야 내 손을 떠났다. 다녀와서 나도 상사와 자기 평가 면담을 할 테니 그때 내 속마음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이 길을 그만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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