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내렸던 크리스마스에

2023년, 잘 있어.

by 빛광



얼마 전 책상을 거하게 갈아엎었다.


평소에 정리를 자잘하게 하지 않고

몰아서 하는 편인데, 문득 책상을 바라보니

정리를 한 지 꽤 됐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정리해야 할 것이 물건뿐은 아닌지라

겨우 책상 하나 정리할 뿐인데,

결심까지 필요했다.




우선 올려져 있는 물건을 죄다 빼내기 시작한다.


책상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마지막으로 책상 정리를 했던 때부터

타임라인이 얼기설기 그려진다.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빼놓은 물건을 구분한다.


다시 책상 위에 올려지는 것은

내가 잘 해온 것 혹은 잘해야 하는 것.


버려야 할 것은

이제 쓸모없는 것, 버려야 할 마음가짐.


바보같지만 그때의 기억도 기억이라 버리는 것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 한 곳에 담아 넣었다.


정리가 다 끝났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후련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후련했다.


흰 눈이 아름답게 내리던.

그래서 욕이 절로 나오던.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2023년은 고민과 고됨으로 시작해

가족들 앞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도 했고

사랑하며 행복하기도 했다.


사회생활의 쓰고 매운맛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결론은 내 가치의 정진일테니,

그걸 위해 처음으로 밤새 무얼 하다가

코피를 흘리기도 해 봤다.


그랬다.


나이브하게 살던 나에게

성장이란 이런 것이야,

진짜 어른이란 이런 것이라며,


널 포함해

모든 것이 날 찔렀던 한 해.




내년에도 실패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 낡은 크리스마스의 기억처럼.


마음 아프지만
서랍을 다시 열지 않을 수도 있겠다.


너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영광이었다.


그러니 2023년의 나, 잘 있어라.

나름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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