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읽는 여자 김단예의 색채심리
- 폴 고갱(Paul Gauguin), 화가
같은 빨간색을 동시에 보고도 한 사람은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한편, 또 한 사람은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도 빨간색을 본 사람들이 어떤 감정과 심리상태인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색채는 단순히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우리의 감정과 심리상태에 따라 다양한 느낌과 에너지를 전달한다.
같은 주유소에서 오일을 넣었어도 차종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기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처럼, 같은 색깔도 반응하는 사람에 따라 미치는 영향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LPG가스 차량에 정유를 넣지 않고, 정유를 넣어야 할 차에 경유를 넣으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색채도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해야 컬러에너지를 잘 쓸 수 있다. 게다가 모양이 한정되지 않은 자유로운 마음에 담기는 색채라면 개인의 마음 상태에 따라 별별 모양과 색감으로 변화무쌍하게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생수도 뜨거운 냄비에 붓고 불에 데우면 금세 끓어오르고 차갑게 얼린 컵에 부으면 가슴까지 얼얼할 정도로 시원한 냉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컬러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느긋하고 평안한 마음에 담긴 빨간색은 따스한 기운을 내뿜고 반대로 성급하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에 담기는 빨간색은 금세 폭발할 것처럼, 위태롭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긍정적인 마음일 때야 상관없지만, 화나고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이라면 빨간색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색채는 생생한 빛의 에너지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몸과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컬러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빨간색이 용기가 솟구치는 사람을 만난다면 도전 의식과 동기부여가 샘솟고 자신감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자포자기한 상태라면 빨간색이 기운을 잃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퍼트리게 된다.
컬러에너지도 자기 마음에 따라 긍정이 되었다가, 부정적이었다가, 싫었다가, 좋았다가 변덕을 부리고 파워도 개인마다 제각각이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이다. 동그라미의 그릇에 물을 부으면 동그랗게 담기고, 네모 모양에 물을 부으면 네모 모양으로 담기는 것처럼.
색채심리를 공부하거나 상담하면서 제일 먼저 많이 묻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나한테 어떤 색깔이 어울리는가 하는 것이다.” 이때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가 가장 정확한 정답일 수 있다.
타고난 색채도 있고, 색채의 강점과 약점도 있고, 색채로 알 수 있는 기질과 성격도 분명히 있다. 심지어 색채로 점술도 보고 미래를 예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색채가 아무리 용하게 개인의 운명을 점치고 능력을 알아맞힌다고 해도 정작 컬러에너지가 담기는 심리상태를 알지 못하고 실행력이 없다면 색깔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멋지고 능력 있는 컬러에너지 듬뿍 전달해도 컬러에너지가 담기는 그릇이 불량하고 더러우면 제 색깔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색채는 살아있는 에너지고 끊임없이 순환하고 운동한다. 에너지가 멈추면 그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처럼, 컬러에너지도 꾸준히 활동해야 생생하게 에너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색채도 빛의 파장으로 생기는 에너지로 물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흘러야 한다. 그 속에서 색채는 내 속에서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의 빛으로 에너지를 실어 나르며 가지각색의 나를 보여준다. 색채는 나를 느끼고 보여주고 알려주는 생명에너지다. 색채를 알면 알수록 나와 너와 세상을 이해하고 보다 폭넓고 깊게 볼 수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부터 컬러가 속삭이고 보여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나와 세상을 보기위한 색깔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