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농산물 규격관리의 중요성

선진 농업으로 가려면

예전에 회사에서 새로 만든 제품을 들고 미국에 수출한다고 가서 바이어를 만났다.

우리가 팔 상품은 가루로 된 것이어서 바이어는 "Distribution of particle size"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아.. 입도 분포? 우리 식대로 체를 쳐서 줬더니.. 그거 아니랜다.

아 그럼 니네가 쓰는 방법이 따로 있냐고 했더니.. 아이씨 그런것도 모르고 무슨 물건을 파냐고.. 확 짜증을..

어쨋던 알음알음 알아가지고 왔는데..

사실 체를 쳐서 하는 분석은 똑같았지만, 체의 규격이 달랐던 것.

그땐 우린 뭐 이런게 다르다고 짜증내나 했다.


나중에 그런 곡물가루에 대해 좀더 연구를 해보니..

입자크기별로 맛 느끼는게 달라지고, 빵으로 만들었을때 반죽의 성질도 좀 차이가 있었다.

미국에선 그게 규격화 되어서 곡물가루를 판매할때는 그 규격대로 싹~ 쳐서 입자 사이즈가 어떻게 된다라고 알려준다.

소비자 또는 구매업체에서는 그걸 보고.. 아 이건 반죽을 어떻게 만들면 되겠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런 지식은 베이커리 매뉴얼에 기재되어 있어서 규격화된 원료를 사용하면 누구나 쉽게 빵을 만들 수 있다.


이런데 비해 한국은...

공급회사 자체가 그런 개념이 없고, 구매업체들도 개념은 없다.

단지 글루텐함량에 따라 강력, 중력, 박력, 그리고 각 밀가루별로 회분함량에 따라 1등급, 2등급, 3등급.. 등외 등등으로 나뉜다.

글루텐 함량과 회분이야 말로 밀가루 품질 결정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반죽의 질긴정도와 탄성이 이 2가지 factor에 의해 거의 판가름 나니까.. 경험자는 이렇게 나뉜 9가지의 밀가루로부터 물을 얼만큼 넣어야할지 결정하게 되고, 이게 빵품질을 결정하게 된다. 사실은 이것말고도 원료 종류, 수분함량에 따라 좀더 세분화된 내용이 있긴하지만, 이건 좀 아는 사람들이 써먹는 factor라서 내가 세분하여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좀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품질요소들이 미국에선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매뉴얼화 되어있는 반면에, 한국은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 제빵전문가들은 기술을 독점하려고 할뿐 전체적인 발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쌀가루 역시, 입도규격, 수분함량, 손상전분 함량 등이 품질관리의 Factor가 될 수 있으나, 이게 규격화 매뉴얼화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쌀빵은 알음알음 장님 문고리잡듯 만드는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자기만 알고 쓸수있다는 발효종을 써서 만들기까지하니... 쌀빵 산업 전체의 발전은 좀 요원한 편이다. 이게 쌀빵만들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쌀빵 전체의 카테고리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쌀 자체가 품질이 엉망으로 관리되고, 제분역시 표준화되어있지 못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쌀가루 품질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규격을 설정한다 한들 그 규격대로 납품가능한 회사가 별로 없다. 시중에서 구매한 쌀로는 품질을 믿을 수 없기에 계약재배를 통해 규격관리한 쌀만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해서 쌀빵을 만드는데.. 그래서 성공사례도 좀 있는데. 한국은 품질관리를 위한 계약재배를 필수로 생각하지 않고 가격으로만 따지기 때문에 쌀빵이 어렵다.

쌀빵 제조기술과 쌀가루 품질 관리가 자꾸 일관되지 못하고 파편화되는 것은 정부 책임도 없잖아 있다. 자꾸 무슨 전용 품종을 개발한다 해서 쌀가루 품질관리하는데 혼선을 초래하고, 또 무슨 전용 제분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이런 저런 기술이 난립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최고의 품질로 잘만드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또는 업체가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매뉴얼화 된 쌀가루와 쌀빵 지식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야 쌀빵만드는 것에 대해 다들 우왕좌왕하지만..

외국에서는 글루텐 프리 제품으로서 조금씩 카테고리를 성장시키고 있다. 쌀은 베이커리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이 많이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라서 증가세가 확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본에 충실하여 차근차근 나가면.. 언젠가 쌀빵이 전면에 딱 등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농산물 품질관리는 이래서 중요한 것이고.. 선물거래를 통한 농산물 가격안정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밀과 쌀은 이거 확실히 잡아 놓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농업.. 미완성된 녹색혁명의 완성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