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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비극의 근원

쌀이 남아도 속수무책인 이유, 그리고 대책

쌀이 남아돈다.

작년 심각한 봄가뭄으로 인해 쌀생산량이 전년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전 쌀시장개방 유예의 댓가로 선택한 국내 쌀생산량의 10%에 해당되는 의무수입량 때문이다.

쌀은 남아도는데 국내산 쌀값은 종전보다 거의 40%가 올랐다.

쌀값이 올라가면 농민들에겐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쌀소비를 지속적으로 대량 일으켜줄 쌀가공산업이 침체되어 손해다. 농사를 올 한해만 짓고 말 것인가?


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곡물이다. 전 세계 인구의 20%가 쌀을 먹는다.

한편 쌀은 이용되는 형태가 다른 곡물 또는 식량자원과 많이 다르다.

다른 곡물, 대표적으로 밀과 옥수수를 들 수 있는데..

이 둘은 그냥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루로 빻아서 먹거나, 빻은 가루를 전분과 단백질, 기타 성분으로 분리해서 식품에 이용한다.

전분은 각종 식품의 첨가제, 물성조정제로 사용될뿐더러 제지, 제약, 화장품, 산업소재 등 안쓰이는 곳이 없는 팔방미인 소재로 사용된다.

단백질은 사료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가수분해하여 조미료의 원료로 사용하고, 물성개량하는데에도 사용한다.

밀과 옥수수는 이렇게 사용하는 반면, 쌀은 별다른 가공없이 껍질만 벗겨 알곡형태 그대로 먹는다.


누군 밀과 옥수수는 가공이 편하고 쌀은 불편해서 그렇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쌀은 그대로 먹어도 맛이 있어 알곡이 싼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쌀은 먹는 민족은 번성한 문화를 누렸으며 국력은 강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인도가 그러했다.

반면 밀과 옥수수는 알곡은 썩 선호되는 섭취형태가 아니다. 그래서 싸며, 알곡은 인기가 없기에 가루로 만들어 먹었고.. 연구를 더 해서 전분과 단백질 소재를 개발했고 더 인기를 끌었다.

쌀은 알곡 가격이 높기에 별다른 가공을 안해도 좋은 재산축적의 수단이 되었다. 

다른 곡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도정만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쌀농사를 부러워했다.

시간이 흘러.. 농산물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되었다.

대단위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생산량은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싼 것이 미덕인 시대. 곡물은 품질이 어쨋던 싸고 봐야했다.

다행히도 쌀은 밀보다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다. 옥수수는 성장속도가 남다른 곡물이라 논외로 친다.

밀과 옥수수는 그간 개발된 가공기술을 접목하여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쌀은 그 자체로 비쌌기에 이걸 굳이 가공해서 판매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되었을때 바로 이점이 전과 다른 운명을 갖게 되는 포인트가 되었다.

대량생산된 곡물이 대량소비가 되려면 일정한 규격으로 가공하여 식품 및 여러 산업에 소재로 사용되도록 해야한다. 밀과 옥수수는 알곡이 가치가 낮은 관계로 이전부터 그렇게 가공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반면 쌀은 가공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알곡 그대로 이용하면 되었기에 많이 생산된 쌀은 처치곤란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딱 두곳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는 아직 개발도상국이기에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고 여전히 쌀의 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태국.

태국은 쌀 그대로 유통하고 수출하기도 하지만, 전분과 단백질, 쇄미, 현미유로 나눠서 판매하는 산업도 제법 발달했다.

서양의 앞선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곡물가공공장이 많이 지어졌기에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일본에 가서 어차피 그나라에서도 잘 안먹히는 아이디어 상품들만 보고 올것이 아니라 태국에 가서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고 오는게 훨씬 낫다.


국내 쌀이 남아돈다고 한다.

그래봐야 한국의 쌀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12번째밖에 안된다.

그동안 쌀가공식품을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수많은 연구비들과 자금이 투입되었는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유지되는 건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30년전 쌀가공식품에 처음 관심가졌을때 쌀대량소비 식품은 1위 술, 2위 떡.. 

쌀가공식품 연구개발을 30년씩이나 한 지금 쌀대량소비 식품도 여전히 1위 술, 2위 떡.. 이다.

도대체 30년간 무슨 일을 한 것이고 어디다 돈을 쏟아부었나?


쌀이 남아돈다는 걸 단순히 소비감소때문이라고 이유를 찾아서는 안된다.

사회문화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쌀산업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다.

쌀재고과잉문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위한 신산업 모델을 만들어야 해결날 일이고..

70년대 이전의 보릿고개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지금같은 소비모델은 빨리 개혁되고 변혁되어야 한다.

질과 양이 전환되는 패러다임 혁명이 반드시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당연히 구체적인 방법론도 있다. 그건 여기에 담기엔 너무 많고..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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