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코펜과 카로티노이드, 항산화 천연색소
슈퍼푸드라고 불리는 야채, 과일, 곡류 등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을 가리켜 파이토케미컬이라 부른다. 보통 사람들은 볼품없는 산야초에 뭔가 몸에 좋은 성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화려한 색상을 가진 식물이 오히려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당근, 고추, 가지, 시금치, 쑥, 수박, 토마토 등의 야채류, 포도, 사과, 감, 자몽, 바나나 등의 과일은 겉보기에 먹음직스런 색상을 가짐과 동시에 몸에 좋은 파이토케미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성분들이 안토시아닌, 카로티노이드, 라이코펜 등으로서 항산화물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화려한 색상 때문에 식감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최근에는 색소로도 사용될 정도로 팔방미인인 소재가 되어가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붉은 천연색소, 라이코펜
2012년 스타벅스는 자사의 간판 음료인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에 첨가하던 코치닐 색소의 사용중단을 선언했다. 코치닐 색소는 중남미 지역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를 분말화한 천연 색소로서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에 붉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코치닐 색소 1파운드를 만드는데 7만마리의 연지벌레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일었던 데다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치닐로 인해 천식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에 코치닐 색소 사용에 대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코치닐 사용중단과 동시에 스타벅스는 대체품으로서 토마토에서 추출한 천연색소 라이코펜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에 속하는 물질로서 8개의 이소프렌 단위를 가진 테르펜의 일종이다. 잘 익은 토마토의 붉은 색을 내는 물질로도 유명하며 보통 1kg의 잘 익은 토마토안에는 0.02g 정도의 라이코펜이 포함되어 있다. 수박, 감, 석류, 자몽, 구아바처럼 붉은 색을 가진 과일이나 야채에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 과일을 우리가 섭취할 때 베타카로틴처럼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지는 않으나 심혈관계 질환 예방 및 혈당 저하 등의 건강기능성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암세포 성장인자인 IGF-1의 성장을 억제하는 등,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가 색소로 사용하기 전에는 주로 건강기능식품으로서 소비되었지만 코치닐 색소 논란 이후 천연색소로도 식품에 점점 더 많이 사용중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Lycored사는 토마토 유래 라이코펜 색소의 글로벌 주요 공급사로서 한차원 앞선 R&D기반 바이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이라는 좁은 국토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 공장을 건설하고 자체개발한 라이코펜 색소를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함으로써 글로벌 기능성 카로티노이드 시장의 리더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non GMO 육종기술을 통해 라이코펜이 일반 토마토보다 3배나 많은 신품종을 개발 재배함으로써 기술과 제품경쟁력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Lycored사의 발전은 이스라엘 바이오벤처 육성 정책과 함께 해온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국내 농식품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신성장 동력 개발에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로서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벤치마킹해볼만하다.
영양과 기능, 두가지를 동시에 잡은 천연색소 베타카로틴
베타카로틴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500여 종류의 카로티노이드 중 하나이며, 당근, 고추, 시금치, 쑥, 망고, 바나나 등 흔히 볼 수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의 특징은 비타민 A의 전구체로서 음식물로 섭취할 경우 일부가 소장에서 레티놀(retinol), 즉 비타민 A로 전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베타카로틴처럼 카로틴 골격을 가진 물질들을 통칭하여 카로티노이드라 부르는데 베타 카로틴 외에 알파와 감마 카로틴, 라이코펜 등이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오래전부터 비타민보충제의 주요원료로서 사용되어 왔으며, 동시에 음료와 아이스크림, 제과, 베이커리 등 다양한 식품산업에서 천연색소로도 사용되었다. 색소로서의 베타카로틴은 농도가 높으면 주황색, 농도가 연해지면 노란색을 띠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사용가능하다. 한편, 이것을 색소로 사용할 경우 비타민 공급이라는 또다른 컨셉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강지향적인 식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베타카로틴은 합성, 천연 방식 모두로 생산가능하나 베타카로틴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 삽입하여 생산하는 재조합 유전자 생산방식도 개발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아직 상품화되지는 않았으나, 베타카로틴 유전자를 쌀에 도입시켜 만든 황금쌀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나라에서 개발된 사례가 있다. 황금쌀은 국내에서도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사례가 있지만, GMO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아직 상품화가 되기 않았다. 그러나, 소아영양부족이 심각한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시아지역에서 주식인 쌀에 베타카로틴을 도입함으로써 부족한 비타민을 공급해줄 수 있는 해결책이 된 황금쌀은 농식품 바이오기술이 제시해줄 수 있는 미래의 유망 전략으로서 고려할만 가치가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보는 야채와 과일들, 그안에 있는 좋은 성분을 모아 기능성 식품으로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노지채소 재배의 어려움, 낮은 경제성 등으로 인해 제품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바이오기술과 상품화 사례, 식물성 천연소재에 대한 소비자 니즈 증가 등은 좌절되었던 과학자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데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팜과 정보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융복합기술은 농식품 바이오소재산업이 활성화 되는데 확실하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이 어우러진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