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원과 패러다임 변화
#식량자원과_패러다임_변화
한국에서 식량자원이라고 하면 쌀, 보리, 밀, 옥수수, 메밀 등의 주로 곡물을 가리킨다. 여기에 콩과 땅콩 등의 두류, 감자 고구마등의 서류까지..
이렇게 많은 농산물들을 식량자원으로만 보는 패러다임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왜 먹는 것으로만 볼까?
쌀은 낟알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먹는 유일한 곡물이다.
밀, 보리, 옥수수, 메밀, 귀리 등 모든 식량자원은 가루 및 가공품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훨씬 더 많다.
이유는 가루화되어야 다목적으로 이용가능해 경제성이 살아나는 반면.. 쌀은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낟알 자체로도 익혀먹으면 훌륭한 식품이 될 수 있다.
인류가 쌀을 재배한 수천년동안 이런 이용방법은 변화하지 않았다. 쌀은 돈이나 다름없었고 쌀을 다수확한다는 건 돈을 갑자기 늘리는 거라서 금광발견하는 것과 별 다름없었다.
문제는 기존의 농업패러다임을 바꿔버린 60년대 이후 녹색혁명 시기에 들어와서 항상 부족했던 쌀이 남기 시작했다. 밀, 감자등 다른 식량자원은 한때 과잉생산된적도 있어서 처리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있던 반면.. 쌀이 남은 적은 한번도 없어서 과잉생산시대에 대한 대처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
쌀도 밀과 감자같은 잉여농산물 처리방법을 개발하여 다른 방법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식량자원에 한정하여 보면 안 된다.
밀, 보리, 감자, 옥수수 등 다른 식량자원은 여러가지 이용연구가 활발했는데 쌀은 왜 그런게 별로 없을까? 우리나라만 없는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별로 없다. 일본이 가장 많은데.. 그건 전세계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쌀이 남는 국가가 되었기때문이다. 필리핀에 있는 국제 미작연구소에서는 아직까지도 개발도상국의 쌀생산부족이 심각하기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연구를 쌀증산에 맞춰 실행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들은 대북지원하면 쌀재고가 싹없어지니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쌀재고처리로만 시각을 좁혀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미래에 쌀재고가 남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날텐데 우리나라가 쌀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을 미리 개발해서 다른 영역으로 사용을 늘린다면 새로운 시장을 주도적으로 열어제끼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전세계에서 쌀이 남아 수출하는 나라는 딱 인도,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버마, 캄보디아 등 따뜻한 아시아국가들과 미국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쌀수출 많이 하지만, 그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쌀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쌀시장과의 가격차때문에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쌀부족국가고 최대의 쌀수입국이다. 아직도 아프리카나 중동의 저개발국가는 쌀이 부족해서 외국으로부터 쌀을 수입하고 있긴 하지만 EU에서는 수요가 늘어 쌀 수입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쌀재고 350만톤은 미국쌀 1년수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걸 전량 외국으로 내보낸다면 단번에 미국에 버금가는 쌀수출국이 되는건데.. 이렇게 되면 국제 곡물가를 흐뜨려뜨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 계열쌀은 국제적으로 거의 거래가 되지 않는 쌀이라서 저가에 사료용으로 들어갈 확률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인도, 태국이나 베트남, 버마,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이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뵌다.
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더이상 국내에 한정해서.. 그리고 식량에 한정해서 볼 일이 아니다. 대북관계가 좋아졌다고 쌀을 대북지원으로 해결하자고 만세를 부르는 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잘 생각해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개방되는 건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항이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돌아온다면 신시장 개척과 무역을 통해 이득을 보려고 하는 나라가 한둘이 아닐텐데.. 같은 민족이라고 막연히 긍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만약, 북한 쌀시장을 태국이나 베트남같은 쌀수출국에서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데.. 거길 우리가 무상으로 쌀을 주면서 들어간다고 하면.. 이들 국가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고..
쌀문제는 식량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
다른 곡물들처럼 다양한 용도와 다양한 사용사례 개발을 통해 소비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쌀은 식량이라는 패러다임에서만 벗어난다면 얼마든지 가공용 품종을 늘려 쌀로부터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