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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 일본을 따라잡아볼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일본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건강식품들은 한국에서 제조할 능력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 첫번째, 원료를 못구해서, 두번째는 기술이 부족하니까..


정부에서 공인된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려면 일단 원료관리를 잘해야한다. 기능성성분 함량 표시를 해야하므로, 원료도 그 성분이 꾸준히 잘나오는 원료를 구해야한다. 한국은 그런 마인드가 꽤 부족하다. 국산 식물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품질관리란.. 몸에 좋다는 성분이 무조건 많이 나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성분이 일정한 함량으로 꾸준히 포함될 것, 생산될 것을 뜻한다. 생산자가 말도 안하고 재배방법을 바꾸는 바람에.. 지표성분 함량이 바뀌어 난감해지는 경우 허다하고, 표준화된 종자가 없이 그냥 야생 종자를 가져다 재배해서 사소한 환경변화에도 지표성분이 들쭉날쭉하고.. 또 표준화된 재배방법이 정착된 것이 아니라서, 재배하는 생산자마다 스킬에 따라 함량이 들쭉날쭉..
국산 약용식물이 많으니 이걸로 건강기능식품하자는.. 혹은 천연물신약하자는 얘기는.. 이런 문제때문에 애초부터 애로사항이 참 많다. 문제는 식품하는 사람들은 재배기술은 기술로 안보기에.. 원료 농산물에 위에 적어놓은 문제들이 발견되면 그냥 덮어놓는다. 뭘 고민해. 그냥 수입품 쓰자.

그리고 기술문제. 가공이론이랑 실제 현장기술이 매칭이 안되다보니 현장에서는 기술 업데이트가 안된채 굉장히 단순한 구닥다리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고 설비가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최신 식품설비는 차라리 중국에서 사오는게 낫다. 
한국 설비업체들중 상당수가 이미 국내에서 식품가공설비 제작은 안하고 중국설비 들여다가 한국 실정에 맞게 살짝 수정만하고 자기네 브랜드 붙여서 판다. 국산 기계는 일단 비싸기도하고, 복잡한 건 못만든다. 자체 설계능력이 부족한데가 허다하다. 신개념 장비 발주내면 진행하다가 못한다고 도망가거나, 대충 마무리해놓고 A/S무한 반복이다. 그래도 뭐 이런 업체는 양심적이긴 하다.

식품가공설비는 유럽쪽 혹은 미국, 일본.. 이렇게 구입하는게 안심이지만, 비싼게 흠이다. 

그러다보니 어쩌겠어, 중국기계 들여다가 내 사용의도에 맞게 조정하는 수 밖에...

식품가공기술은 하드웨어도 문제지만 소프트웨어 문제도 참... 깊다.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그나마 봐줄 수 있는 기술은 물질분석하는 거? 우리나라 공학계가 처해있는 똑같은 문제상황이다. 비싼 등록금에도 실무에 쓸수 있는 기술은 배우질 못하니..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실무에 적용시킬수 있는 지식을 배우면, 이론 지식의 깊이도 훨씬 깊어지는데 말이다.


전에도 잠깐 언급했는데..
일본의 특정보건용 건강식품 누적판매량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산토리 "참깨보리차"는 보리차에 혈압을 낮춰주는 참깨펩타이드성분을 넣어 만든다.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한국에서도 카피하려고 노력한 회사가 제법 있는 걸로 아는데.. 결과는 아직 뭐 만든 회사가 없다. 겉으로는 특허가 걸려있고 운운하지만.. 알고보면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없어서다.
참깨보리차에 들어가는 참깨펩타이드의 원료는 참기름짜고 남은 참깨박.이건 한국에도 흔하기때문에 기술만있다면 얼마든지 국산화가 가능하다. 근데, 대다수의 개발자들이 잔류지방 많고, 찌꺼기 섬유질이 가득한 원료에서 단백질을 추출해서 펩타이드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으므로, 사실 못만드는 거다.
아마 만들어보겠다고 농림부과제로 과제신청해서 진행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암튼 우리나라에선 현재까진 못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이 이렇다보니...
식약처 인정 건식소재를 만드려면..
외국에서 반쯤 가공된 원료를 수입하여 한국에서는 살짝 쉬운 가공처리만하고 효능시험해서 소재인증신청을 하는 거다.
여기에 외국에서 이미 절반이상 진행된 기능성시험자료를 보내준다면 완전 엎드려 헤엄치기인거고..
그러니, 사업은 이렇게 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국산 농산물 가지고 여기저기 몸에 좋다고 선전하며 팔아봐야.
실상은 물잔뜩 때려부은 즙을 용기에 담아 싸게 파는 수준이다. 제조원가가 포장당 1000원이면 이익많이 난다고 제조사가 좋아한다. 그럼 몸에 좋다는 비싼 농산물 원료비는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시라.. 원료비를 알면 함량이 대략 계산되고.. 그렇게 조금 넣으면 그거 먹는다고 몸에 얼마나 좋을지?

반면 외국건강식품원료로 만든 제품은.. 기본원료가 다목적으로 이용가능한 농축액 혹은 농축분말로 들어오기때문에 타블렛이든 과립이든, 액상차든, 젤리든 뭐든 다 가능하다.
국산은 고작 1000원 받는거, 수입원료로 제품만들면 2천원, 3천원,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
왜 이런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런 수준인데, 국산 농산물 원료로 기능성식품을 만들어서 농가 부가소득을 창출하고....? 꿈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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