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번 더 나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by Light of Life

이 이야기는, 한겨울 미국의 외딴 도로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에서 비롯되었다.

생의 경계에서 간신히 돌아온 나는,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을 잃고 또 새로 배우게 되었다.

이 글은 20대의 내가 겪었던 사고 이후, 회복의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 기억들, 그리고 변화된 나의 삶을

마흔을 앞두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사고 후 2년쯤 지났을 무렵, 나는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다.
합격할 거란 기대보다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도라도 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제법 회복된 모습이었지만,
내 눈엔 여전히 내 얼굴이 낯설고 어색했다.
이마에서 눈썹 사이로 이어진 긴 흉터는
화장을 해도, 앞머리로 가려도 자꾸만 신경 쓰였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서던 날,
작은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낯설어 몇 번이나 다시 봤다.
하지만 반복해서 보다 보니, 조금씩 그 모습에도 익숙해졌다.
그래, 이쯤 되었으면 해보자.
그렇게 몇몇 방송사에 지원했고, 카메라 테스트 기회도 얻었다.


어느 방송사의 테스트 날.
내 차례가 되어 조명 아래 섰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뒤쪽 대형 화면에 내 얼굴이 크게 비쳤다.
리포팅을 마친 뒤, 한 심사위원이 조용히 말했다.

“눈썹 사이에 흉터가 좀 보이는데, 앞머리 살짝 걷어볼래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조심스레 앞머리를 젖히자, 심사위원의 시선이 머물렀다.
잠시 망설이더니, 그는 말했다.

“그냥 눈에 띄어서 봤어요. 다음 분 들어오세요.”

떨어지겠구나.
그때는 그게 확실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내 마음은 가벼웠다.
오랫동안 감추려 애썼던 것이 드러났는데도, 이상하리만치 후련했다.
꼭 합격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한번 부딪혀봤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충분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아나운서를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이건 포기라기보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무언가를 정리해낸 경험에 가까웠다.
그날 이후 나는 내 흉터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건 나의 흔적이었고, 살아온 시간의 일부였다.


이제야,
나는 그 상처 앞에서 조금씩 당당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