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받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1)

너무나도 사랑받고 싶은 아이에게 알려주는 슬픈 현실

by 연한보라

정말 끔찍한 상담시간을 보내고 왔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결핍을 마주하고 대면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어렵긴 했지만 몇 번이고 해 봤던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 커다란 구멍이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것만큼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때 받지 못한 사랑을, 앞으로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요, 그 사랑은 그때 받아야 했는걸요' 하고 말씀하셨고 슬프게도 나는 그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사랑을 받고 싶어 난리가 난,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속 아이가 생생하게 보였다. 사랑을 다시는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정체를 드러낸 커다란 욕심쟁이가 '그렇지 않아, 그 사랑을 받아야만해!! 받을 수 있다고!!' 아득바득 기어 올라와 목을 조르고 흔든다. 그 아이가 얼마나 크고 강한지, 나도 모르게 그 애를 따라 고개를 젓고 있었다. 겉으로 소리 내지 않았지만, 아이는 싫다고 울부짖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잘 숨겨 놓았던 그 아이가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버렸다.


얼마나 간절하게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 괴물처럼 되어버려 알아볼 수도 없는 아이다. 형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래서 얼마나 큰지 가늠도 안 가는 아이의 일부, 다리 정도가 보인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 사랑받을 수 있잖아, 이 정도 했으면 나도 사랑해 줄 수 있는 거잖아!!' 하고 울부짖고 있다. 그 애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소리 지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속 안에서 얼마나 크게 우는지, 예의상 밖으로 눈물을 흘려줘야 할 정도여서 눈물이 났다. 조금의 관심을 주자 내면의 아이는 발악하기 시작한다. 어디 달래줄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징징대기 시작한다.


얼마나 받고 싶었던 사랑이었길래 그럴까, 얼마나 큰 욕심이었기에 그 아이가 생기고 사라지고 감추려고 노력했던 30년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대면하자마자 이렇게 큰 속도로 부풀어가는 것일까. 그동안 누르고 무시해서 더 그랬나,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처럼 마음 광장에 조각났던 마음들이 시위하듯 하나로 뭉쳐서 커다란 뭉터기가 되어 걸려있다. 길고 긴 시간 사이에 그 마음은 크기도 줄어들지 않고 견고하게 흩어져서라도 안에 남아있었다.


때로는 이 부분을 때로는 저 부분을 위로하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자고 얘기하고 달랬는데, 그래서 그 말을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걔네도 그냥 잠시 참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그렇게 깊숙한 곳에 남아있었다니. 나는 그 모든 것을 떨쳐낸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아직도 울어야 할 어린아이가 내 안에 남아있었다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얼마나 많은 위로가 있어야지 이 아이가, 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다.


나는 이 마음을 정의해야만 한다. 왜냐면 이 마음을 보내주려면, 이 아이를 위로하려면, 제대로 애도하려면 일단 이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니깐. 그래서 '다시는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떠나보내주기 위해 쓰기 시작하는 글이다. 나는 아직도 이 결핍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쓸 수는 있으니깐, 내가 받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도를 담아 그것을 보내주기 위해 그 형체를, 틀을 만들어 본다. 그것을 정의해야만 나는 그것을 보내줄 수 있을 테니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래 색칠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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