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깊은 동기는 무엇일까
최애의 침묵에 대한 글을 쓴 바로 다음 날 최애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버블을 보내왔다. 그의 선택은 짧은 침묵 후 그냥 평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나 보다. 버블로는 스케줄을 하는 중이라고, 우리가 밥을 잘 챙겨 먹길, 진심으로 좋은 하루를 보내길 빌어주고 갔다. 그리고서 다음 날 오랜만에 해외 스케줄을 다녀왔는데, 덕분에 무대 하는 것도 보고 맘 편하게 호텔에서 라이브를 켜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이 좋았다.
원래 알던 모습의 최애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무대를 하는 눈빛과 실력도 여전했고, 팬들이랑 얘기하려고 멤버들을 모아 라이브를 한다든지, 맘에 드는 본인 사진을 잔뜩 선물해 주고 가는 것까지 정상 궤도를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전에도 이렇게 잘 지내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했기에, 우리의 평화라는 것이 되게 얼음장같이 연약한 것 같다. 부서질 듯이 불안정한 평안에 지나친 욕심과 조바심이 나고 있어 그것을 적어둔다.
팬덤에는 늘 다정한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그득그득하기 마련인데, 일련의 사건들 이후로 최애를 좋아하던 다정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를 향해 날 선 비난을 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있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말을 아끼고 있던 다른 멤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바심이 나버렸다. 나라도 열심히 그에게 좋은 말을 해줘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겨버렸고, 어떤 나쁜 여론이 생기기 전에 가장 먼저 좋은 여론을 선도하고 싶다는 욕심마저 생겼다.
X(트위터)라는 SNS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똑똑해 보이는 비판(혹은 비난, 여튼간에 부정의 말)을 할수록 관심을 받는 곳이고 그래서 온통 시니컬한 사람들의 집합 같다. 원래도 그런 말을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그들의 말투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그런 말을 쫓아하다가 비난이라도 받으면 마음이 유리 같이 깨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잘 활용하지 못한다. 그곳에서도 꿋꿋이 좋은 말들을 할 수는 있는데 그런 말들은 자주 묻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인스타그램이 늘 더 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꾸 X에 게시물 올리는 것을 욕심낸다. 그곳에서도 최애에 대한 좋은 얘기들이 오갔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인스타는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 최애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업로드를 한다면, X는 찐덕후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그곳에서 최애 얘기가 활발하고 긍정적은 무드로 나오길 바란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코멘트하기 어려운 영상을 컷편집해서 올리고, 소식이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게시하면서 무리하고 있다. X를 열심히 안 하다가 뭔갈 올리니 사람들이 조금 관심을 가져 주고 팔로워도 아주 조금씩 늘고 있긴 한데, 이 모든 것이 진짜 무리다.
하루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이고, 좀 자유롭다 하더라도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됨을 알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 있을 때는 최대한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이 일단 소식이 올라오면 급하게라도 뭔가를 올리고,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진짜 요상하고 이상한 마음이 든다. 최애를 좋아하는 일을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막상 이렇게 최애를 위해서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나는 무엇일까 싶다.
그냥 그가 정상의 궤도로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그의 커리어가 조금 안정을 찾고, 그에 대한 긍정 여론을 선도해야겠다고 느끼지 않을 때쯤이면 진짜 "완덕"이라는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완덕이라는 환상의 유니콘 같은 단어를 붙잡고서 오늘도 무리했다. 출근길에 무리하게 업로드하고, 회사에서는 화장실에서 잠깐씩 짬을 내어 편집하고 업로드하며 무리하고, 그러면서도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이메일을 쓰고 전화를 하고 조사를 하면서 하루 종일 욕심내고 무리했다.
세상이 그에게 조금은 더 다정해주길 자꾸만 바란다. 그렇게 미워하고 힘들어했으면서도 아직도 이렇게까지 최애를 사랑하는 내 모습이 웃기다가도, 지금 그런 상황인 걸 어떡해 그 자체를 받아들이려 한다. 며칠간 무리했더니 혓바늘이 돋았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벌써 1시다. 내일은 진짜로 쉬면서 보내야지. 최애의 삶만큼이나 내 삶도 중요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