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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트서퍼 Mar 15. 2022

k직장인 서울 5일 유랑일지

쉬고난 후 되려 몸살에 걸렸다는 후기를 전하며

이번주 근황

: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기념, 나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해 2일이나 연차를 썼다.

행정부 1짱도 바뀌는데 저같은 말단도 그에 따라 좀 새롭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부장님들은 내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가신줄 알았다고 하신다.

예, 부장님. 저는 남편 집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쉬기 전, 초과근무는 국룰이다.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하여 모든 일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갔다.

이번 사건 기록 너무 흥미진진 그 자체라 읽으면서 드라마 보는 줄 알았다.

아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아.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고, 진짜배기는 현실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를 데리러 p가 서울역으로 왔다.

p는 10년간 거의 한번도 빼먹지 않고 서울역과 온갖 지하철역 및 약속장소로 나를 찾아온다.

그래...내가 생일선물 좋은거 사줄게!

깔깔깔깔.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미리 장도 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안에 오로지 나의 취향에 따른 음식만 가득해서 기분이 뭔가 뭉클하였다.

우리는 한낮의 서울역은 처음이라며, 밝은 날의 서울역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신기해해했다.

우리같은 노비들은 자유가 오히려 어색하다.

p네 집 근처 단골카페 '섬광'.

이렇게 핫한 카페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우리를 제외하곤 온갖 외양을 자랑하는 멋진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명소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주 온다.

외부에서 보면 재개발 직전 폐건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여서, 사람들은 이 건물 3층과 4층이 모두 카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우리도 그랬기 때문에).

내부에 걸린 조명은 창문에 비치니 달과 같고,

커피는 참으로 입에 맞다.

원래 어느 정도 흐려야 잘 나오는 것이다.

카페에서 여유를 즐겨보자며 야심차게 나온 것인데,

p와 나는 여유는 고사하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

우리 벌써 늙은걸까?

국민으로서 나라의 번영과 관계된 이런 중차대한 일에 대해 토론하는게 뭐가 늙은거야 그치? 당연함. 젊음.

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봄

밤에도 전혀 춥지 않아 신기했다.

겨울은 그렇게나 매섭더니.

봄이 온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준다.

해가 바뀌면 늙으니까 싫다는 마음보다,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내가 가진 온갖 고민들도 결국은 큰 의미 없는 것이 되리라는 명제를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의 수복정이 웃기다며 킬킬댔다.

별 것 아닌 것으로도 깔깔거리며 웃던 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향한 'asor' 커피.

여기도 p네 동네 신상 카페인데, 커피도 맛있고 풍겨나오는 냄새도 좋아서 생긴 이후 자주 들른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몰라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보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내가 대선출마한 줄...

손에 땀을 쥐는 현실세계의 맛.

호텔에 체크인하기 위해서 녹번역에 내리니 보이던 문구.

그 날의 느낌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그만 웃고 말았다.

바르게 살자.

새롭게 더 바르게 살자.

은평구 주민들은 얼마나 바르게 살까?

역시 이사를 와야 하나...

는 정말로 내년에 서울오면 은평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즈넉하고 동네 분위기 정말 좋더라.

p가 미리 스테이폴리오로 예약해 둔 숙소 '오포짓 스탠다드'.

무신사 스탠다드랑 비슷하게 들려서 무신사에서 차렸나 했는데 아니었다.

사장님 피셜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하셨다.

들어서면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 바에 바우하우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다.

로비 남색 소파가 정말 예뻐서, p와 내년에 살 소파 색은 더욱 남색이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젠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라마르조꼬 커피머신.

과거에는 재클린과 이런저런 카페투어를 하면서, 이런 머신이 있는 곳이라면 커피맛도 일품이지 않겠냐며 추측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한국의 여느 카페를 가도 쉽사리 만날  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커피문화가 깊숙히 자리를 잡았다는  같다가도,

젊은이들이 카페로 향하는 이유는 멋진 공간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좋은 공간을  값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카페탐방 밖에 없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 해도 그랬고, 그러니까.

물론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 커피 맛있다.

테라스룸 숙박하면 하루에 2잔씩 무료로 커피를 내려준다(젤 중요).

방에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들.

가죽소파가 코너형으로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묵으면서 여기를 절대 어지르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집 안에 있는 온갖 상처들(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수많은 먼지들과 밀린 집안일)을 뒤로 한 채 쉬러 온 것이기에, 쉴 수 있는 환경을 잘 조성하고 싶었다.

간절했다.

가장 행복했던 공간.

테라스에 나와서 일광욕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밤에는 불을 밝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다.

아침마다 저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하다 외출을 했다.

바로 이런 전경을 보면서.

사실 앉아서는, 요즘 왜 이렇게 일이 재미가 없는지

그리고 왜 일은 해도 해도 늘지를 않는지, 나는 글 쓰는데에 왜 이렇게 재주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

심도 있는 고민이라 함은...결국 심도 있게 자기비하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하...노력은 안하고 일은 잘하고 싶다.

안됨. 당연함.

p가 미리 찾아둔 cafe plot이라는 곳으로 떠났다.

여기 사장님 도대체 뭐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명품조명과 독특한 빈티지소품이 섞여 있는 곳이더라.

아니 저 verpan 조명...저게 왜 카페에 있어요?

네, 저희 집으로 데려가실게요.

p한테 저거 사고 싶다고 적극 어필했다.

물론 당장은 안 살거지만.

여기는 은평구에 있는 '기분스시'다.

말 그대로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기분스시가 아닐까?(넝담ㅎ)

근데 진심으로 맛있다.

근처에 온다면 한 번은 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

솔직히 비싼 돈 주고 강남에서 먹은 오마카세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여기는 무엇이든 회를 많이 주겠다가 모토인지, 정말로 양이 많다.

당일 참치가 들어온 날이라서 특히 참치는 원 없이 먹었다.

뼈를 발라낸 참치초밥도 서비스로 받았고, 구운 참치살도 서비스로 받았다.

뒤이은 프랑스어 수업이 없었다면 다 먹고 갔을텐데, 너무 아쉬웠다.

저거 아직도 생각난다.

그리곤 돌아와 불멍을 하면서 줌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다.

회사일 말고, 지금 당장 내 삶에 재정적으로 도움되는 것이 아닌 무용한 것들 중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찾은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찾는 와중이다.

일단은 선택한 것이 프랑스어 공부와 필라테스, 브런치다.

프랑스어 수업 호텔에서 듣는 나...캬...나는 갓생을 살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취한 상태로 공부했다.

그래봤자 뭐 내용은 쥬 빠를르 프랑세 정도지만

정신없이 자다가 일어난 아침에는

똑같은 위치에 앉아 일광욕을 했다.

p가 찍어준 아침의 내 모습.

파란색 악개라구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씻지도 않은 채로 p가 먹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해 온 수타짜장면 집으로 떠났다.

아까 일광욕할 때 쓴 모자가 아니냐구요?

네, 맞습니다.

은평구 산동성옛날수타짜장.

말이 필요 없다.

혼밥하는 동네 아저씨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이미 맛은 보장된 것이다.

p와 나는 말도 나누지 않고 밥만 들이켰다.

공짜 커피를 먹기 위해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니 하루에 2잔이나 준다고 하는데 안 먹는 건 좀 낭비 아닌가요?

그래서 커피를 먹으려 앉았는데, 우리 커플이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테이블을 당겨주시려다가 옆에 앉은 분이 본인의 커피를 쏟아버리셨다.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데, 직원 분이 아래 층 바가 아직 열진 않았지만 마음껏 둘러봐도 된다고 센스있게 답해주셔서 아래로 내려가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아니 아래층 이렇게 예쁘기 있어요?

사람이 없는 밝은 낮의 바를 구경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과거 클럽에 딱 한번 놀러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수많은 담배연기와 사람들의 강렬한 몸짓에 놀라 그 클럽의 불을 다 켜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

불을 키고 난 모습을 구경한 기분이었달까.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사 - 복무관리에 들어가 연차신청을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p 집에 운동화 한 켤레쯤은 과거의 센스 있는 내가 두고 간줄 알고 오로지 부츠 하나만 챙겨왔는데

네, 저는 센스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불편해서 운동화를 사기 위해 홍대 반스에 들렀다.

사실 둘 다 예뻤고, 둘 다 사도 무방했지만 안샀다.

왜냐?

이제 난 안사안사 병에 걸린 사람으로 살기로 다짐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무원 박봉 이겨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집에 운동화 한 50켤레쯤 있다. 솔직히 사면 안된다. 잘 안다.

운동화를 안사고 나와서 헛헛한 마음에, 예쁘게 사진이라도 찍어달라고 졸랐다.

예전에 p와 도쿄여행을 가서 사진 못찍는다고 크게 화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나에게 화내지 말라고 하고 싶다.

조금만 기다려봐...좀 있음 잘 찍어.

온 동네 남성 힙쟁이들 다 와 있는 듯한 합정 포터리.

p와 더현대서울 팝업에서 발견한 브랜드인데, 그 이후로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플래그쉽 스토어에 한 번 가봤다.

예전에 가려 했을 때 리모델링 중이라 발걸음을 돌린 기억이 있어, 이번엔 꼭 가주겠다고 마음 먹고 찾아왔는데 글쎄,,,

이 사람들은 다 어떻게 알고 온건지

정말 호모 에렉투스 너무 많고, 내가 옷 하나 골라주려고 하면 맞은편에서 이미 빼고 있더라.

크게 되겠어 크게. 나 사내변호사 시켜줬으면 싶다. 직원할인 80프로 안되나요? ㅎ

그렇게 포터리에서 p의 바지도 하나 사고, 돈 많이 쓴 p를 위해 망원에 있는 곱창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떠났다.

김구라 아저씨 단골집이라는데, 맛도 물론 있지만(그만큼 가격도 있고) 종업원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몸둘바를 몰랐다.

밑반찬 빌 때마다 말도 없이 자꾸 갖다 주셔서, 다 먹으려고만 하면 더 채워주실까봐 괜히 놀랬다.

요즘 조명에 미쳐 있어서인지, 조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게 된다.

여기는 망원에 있는 capet이라는 카페인데, 1층과 2층이 조명가게 겸 카페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진지하게 무엇을 살까 고민하면서 앉아 있었는데, 새삼 예쁜 것은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교육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생각에 돈으로 행복도 살 수 있다.

그니까 어느 정도의 행복까지는 살 수 있다.

좋은 집을 사고, 그 집을 예쁘게 꾸며서 얻는 행복 정도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곤 호텔을 즐겨야 한다며 돌아와 노랑통닭과 함께 영화 킹메이커를 봤다.

내 돈으로 결제하고 나왔는데, 아마 우리 뒤에 같은 방 숙박한 사람들은 유료영화가 한 편 결제되어 있어 놀랄지도 모른다. 재밌게 보세요.


영화 자체는 정말 재밌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연출이 스타일리쉬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이 영화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지 궁금해서 손익분기점을 찾아봤는데, 흥행에는 실패한 것 같았다.

왜일까 고민해보니, 코로나의 탓도 있겠지만 이미 역사적으로 정해진 결말에 따라 만들어야 하다 보니,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로 이끄는 장면이 적은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난 재밌었다. 특히 대선이 얼마 전이어서 더욱.


영화를 다 본 후에는 기절해서 자다가, 호텔 바가 투숙객에겐 10% 디스카운트를 제공한다는 점을 기억해내곤 지하로 내려가 술을 마셨다.

적은 공간 안에 큰 재즈와 락이 울려퍼지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

술은 잘 모르지만 그냥 행복하게 앉아 있다가 나왔다.

마지막 밤, 마지막 불멍.

나는 테라스에 나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p는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했다.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 워프.

다음 날 숙소 앞 냉면가게에서 체크아웃 후 점심을 먹었다.

재밌게도 p는 그 적은 술에 취해 술병이 났고, 나는 새삼 이 작은 땅덩어리의 큼에 실감하며 밥을 먹었다.

그러니까 한국이 얼마나 작은데, 그 안에서 서울은 또 얼마나 작은데, 그런데 나는 서울에 10년을 살았어도 왜 이 동네에는 한 번도 안 와본 것이며, 앞으로도 내가 여기서 다시 냉면을 먹을 날이 언제 오겠냐 이거다.

응?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것 같으나 아주 적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거에요.

냉면은 맛있었습니다.

마침내 집.

옷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둘 다 기진맥진해 잠이 들었다.

아니 쉬러 갔는데 쉬지도 않고 이것저것 다 하느라 너무 피곤했다는게 말이 돼?

은평구 탐험을 왜 했어 왜...늘 거기 있는 망원을 왜 가...

깔깔깔깔

이 날은 사진도 이것 하나 뿐이다.

p의 회사 근처에서 발이 터지도록 쇼핑만 했기 때문에.

그래서 뭘 샀냐구요?

70% 할인하는 앤아더스토리즈 메이크업 브러쉬 샀습니다.

깔깔깔깔.

안사안사~

재클린의 추천으로 가게 된 사울 레이터 전시.

친구들의 소식을 통해 전시를 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귀찮아서 가볼 생각은 하지 않다가

재클린이 한 번 가보라고 하여 생각 없이 예매한 거였는데...

아니 이렇게 인기가 있었나요?

내가 표 한 장 사자마자 바로 매진되서, p가 같은 시간에 구하느라 정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 10시 타임을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즈씨...천재 아니에요?

전시가 너무 좋아서 한 30프로 보던 와중에 재클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뒤집어지게 좋다고.

네...그렇게 저희는 사울레이터처럼 찍는 병에 걸렸는데요?

p는 이 날 온갖 예술혼을 불태워 카메라에 나를 담았다.

회현역 가는 길, 상영관을 지나야 한다기에.

무슨 전시회장보다 카페가 더 넓어?

그리고 커피는 왜이렇게 늦게 나와?

는 무슨

플랫화이트 정.말. 맛있다.

전시장 분위기 유럽같다.

냄새도 유럽같았음.

그 특유의 음식물냄새까지 비슷했다.

집에 가자.

전시의 꽃은 굿즈라지요?

진짜로 이번엔 사려고 했는데 살 게 없었다.

뭔가 마음이 가는건 없었달까

여기서 yj 생일선물을 살까 했는데, 인센스홀더를 사주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다른 선물은 선뜻 사지지가 않더라.

여기서까지 아르떼미드 조명 구경하다가 나왔다.

그건 사야겠다 진짜로.

전시장의 꼭대기층.

사람들은 이 밖에 서 빨간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었지만,

나와 p는 여기 앉아 터질 것 같은 발과 다리만 추슬렀다.

사진 찍을 체력이 어딨어? 집에 가.

이 날 찍은 사진은 다 이런 식이다.

명동에 가면 명동교자지만,

추적추적 비를 뚫고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순두부를 넣어주는 송탄부대찌개 꼭 먹어보세요.

네, 솔직히 진짜 맛있습니다.


부대찌개를 비운 우리는 그렇게 거실 소파 앞에 놓을 러그를 보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noiich 팝업스토어로 향했다.

msm이라는 을지로의 카페도 들렀다.

mess we made라는 이름이었다.

이 역시 을지로답게 간판조차 알아볼 수 없는 어드매에 위치에 있고, 엘레베이터도 없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어디선가 재즈가 들리며,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앉아있는지 신기한 공간이 펼쳐진다.

사람 사는거 다 똑같아...일하기 싫을 때 이런거 찾으며 행복해하겠지

커피도 맛있다.

사람은 많지만


이라고 생각할 때, 나와 p는 noiich에 들르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생각해냈다.

신세계백화점 러그보러 갔는데, 왜 나는 버버리에 가서 트렌치코트를 입고...왜 나는 까르띠에에 가서 시계를 차 보았던 걸까?

그래놓고 안사안사~ 하면서 물욕을 자제하는 나에 한껏 심취해 있었는데...

난 뭘까?

뭐긴 뭐야 까먹은 나지.

회현역에서 사울레이터 뽕에 취해 열심히 이런 사진이나 찍고 왜 noiich는 안갔지?

생각할수록 황당하다 황당해...

결국 p가 서울역에 나를 데려다주고 혼자 팝업스토어에 들렸다는 웃픈 소식을 전하며

그렇게 어김 없이 월요일에 나는 출근을 했다.

이번주도 나를 출근케 하는 직급별 식사의 시간

b와 함께 솥밥을 먹고, 언제 서울에서 놀았냐는 듯 늘 가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p는 하도 많이 걸어서 몸살이 났고,

오늘도 회사를 가지 못했다.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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