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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트서퍼 Apr 14. 2022

파리 좋아하세요? 정말 싫어해요. 근데 진짜 좋아해요.

G가 찾아온 파리, 40일간의 대학원 졸업기념 유럽여행 4

s가 파리를 떠났다.

술에 거나하게 절여진 채로, 에어비앤비의 작은 침대에 온 몸을 낑겨넣는 동안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인 것이 싫지는 않다.

누군가와 함께인 것이 기쁨인 만큼, 혼자인 것도 나름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느지막히 숙취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마레지구로 갔다.

마레지구에는 송흥이 있다.

송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파리에 올 때마다 먹는 쌀국숫집으로 합석은 기본이요, 좁은 것은 덤인 곳이다.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줄을 서기 때문에, 부러 일찍 가 줄 서지 않고 먹었다.


사실 쌀국수를 어떻게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 눈 앞에 뜨끈한 국물이 있었고 나는 그걸 얼른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s가 떠난 파리, 난 무엇을 해야 했을까?

제일 만만한 것은 나 자신을 도파민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돈을 소비한다는 도파민에 나를 노출시키면, 외로움도 허한 감정도 잠시나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더 큰 허함이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한다.


마레지구에 늘어진 브랜드샵들을 하나하나 방문해가며, 옷을 하나 샀다.

아이쇼핑만 하던 내게, 이 구매는 고무적이다. 장기여행자에게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짐을 늘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리에 오면 꼭 사고 싶었던 에뛰드 후드티가 50% 세일을 한다고 하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숙소에 돌아가면 어떤 옷을 버려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를 빛내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도시가 사람들에게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자기만의 차림과 외양을 가진 사람들이 도시 곳곳을 수놓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오늘도 목적지는 없다.

정처 없이 걸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으로, 활기찬 사람의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굳이 엉덩이 아프게 왜 저기 앉아 있지 싶은 사람도 보았고, 머리 색을 반은 빨갛게 반은 검정으로 염색한 사람도 보았다.

어떤 골목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나는 그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나는 파리가 싫다.

더러운 오물 냄새도 싫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쓰레기도 싫다.

사람들의 냉정한 태도도 싫고, 관광객을 한심해하는 그 오만도 싫다.


그러나 이것들은 피상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 내가 파리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아름다운 외양 안에 자리잡은 인종적 편견 때문이다.

상황은 이렇다.

정든 s와의 시간 후, 나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자 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기도 했지만, 언젠가 여행기를 써 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동네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했다.

흔히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그런 카페가 아니라, 커피가 정말로 맛있는 카페라며, 점심시간 직후를 피해서 가면 자리가 있을 거라고도 했다.

쌀국수를 먹으며 숙취도 달랬고, 염원하던 옷도 하나 샀으며 이리저리 사람 구경도 실컷 했으니 자리에 앉아보자 싶어 그 카페를 들렀던 것이 발단이었나 보다.


4유로짜리 커피를 샀다. 그리고 10유로를 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3유로다. 우리 엄마가 내 특기 중 하나가 암산이랬는데, 이게 뭐야.

암산 열심히 할 필요 없다. 알고도 당하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3유로는 뭐였지? 혹시 카페에 지불하는 팁인가?


도망치듯 일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한 채,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로 떠났다.

왜 내게 3유로를 덜 거슬러주었냐고는 말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야 워리어 그 자체지만, 그 순간 소리내 화내지 않는 것을 택했다.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뿐이고,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카페 안에서, 소리 내 내가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완전히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고 싶었다. 너무 간절하게.

돌아가는 길, 한국음식점을 찾아 비빔밥을 시켜먹고 에끌레어에 커피까지 테이크 아웃하고는 숙소로 돌아가 기절해버렸다.


그렇게 파리는 내 미움을 샀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에어비앤비를 체크아웃하고, 근거리의 다른 호텔로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많은 짐을 이고 또 지고서 호텔로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그렇게 나는 우버 기사에게 차 배정 취소를 두 번이나 당했다.

우버가 인종차별로 큰 비난을 받는 것을 알기에, 각오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슬프고 허탈했다.

큰 짐을 가지고 있었고 호텔에서 에어비앤비가 불과 6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는 큰 돈을 버는 것이었는지 엄청 빠르게 자동차가 배정되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았다.

아... 아까 지나간 저 차가 내 얼굴을 보고 지나쳐가버린 거구나. 깨달음은 늦다. 그리고 다음 배정된 기사는 말도 없이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결국 아주 아주 더러운 자동차가 그 다음에 배정되었으나, 그 운전자는 내 짐도 들어주고 안전하게 호텔로 날 데려다주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다.

하 아니야 새옹지마. 멜라닌 색소 다른 것 가지고 왜 유난들일까?

일단 호텔에 들어가서 좀 자야겠다.


연구결과에 따른 잠의 효능, 잠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지 몰라도 내 생각에 잠은 망각과 에너지 충전의 도구가 맞다.

나를 두드리는 짜증과 분노를 수면으로 치유했다.

방금까지 화 내고 슬퍼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파리를 사랑하기로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목적지를 골랐다.


나는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랑주리 입구에 다다르니, 앞에 서 있던 경비아저씨가 내 차림새를 보고 한번더 주의를 준다.

누가 보아도 관광객 같다며, 제발 지갑과 소지품을 주의하라고 한다.

이런 작은 호의를 쌓아, 오늘의 기분도 날개를 핀다.


오랑주리에 들어서니 나를 반기는 것은 숟가락 모양의 사진 세 개다.

모네의 수련이 자랑인 미술관이니, 수련의 아이덴티티인 빛에 관한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고 싶었나보다.


제목도 light였던 것 같은데, 빛에 따라 변화하는 숟가락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설레는 아치형 문을 지나면, 모네의 수련을 만날 수 있다.

이 미술관은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수련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곳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수련은 나를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나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오늘은 입장 후 정면에 놓은 그림 중 오른쪽 위 끝부분이 좋았다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이 없고, 조용하게 저마다 눈을 빛낸다.

어쩌면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였을까.

밖의 눅눅한 공기는 내부의 사람들도 물에 젖게 만든다.

조르주 쇠라의 그림 앞에 서서, 쇠라의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장면을 봤다.

왜인지 모르게 누가 이 사진의 제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the world'라고 대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학부시절 서양미술사 시간에 배웠던 쇠라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교수님은 쇠라가 아틀리에에서 점을 찍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다며, 너네도 쉬면서 작품활동을 하라는 농담을 건넸었다. 그런 쇠라가 남긴 것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결국 그가 남긴 고집스러운 열망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리고 오랑주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joan mitchell의 the good-bye door를 한참이나 쳐다보고서야 다시 길을 나선다.

오랑주리 근처의 튈르리 정원을 지나면, 이런 거대한 건물 행렬에 다다를 수 있다.

이것은 정말이지 건물의 행렬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인데,

늘어선 건물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카메라에 다 담지도 못했다.

압도적이라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건물에 놀라기도 잠시,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의 발자취다.

왼쪽으로는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고, 오른편 공원 창살 사이에는 연인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금세 광장의 모습에 흥미를 잃고, 그렇게 또 다시 사람들 구경을 한다.

걷고 또 걷다보니 금세 허기가 진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 방돔 광장의 에릭 케제르로 향했다.

에릭 케제르에 특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한 회사에 입사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 다니면서도 사람에 대한 불만은 참 없는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일에 정이 안 붙어 그 직업 자체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그런 고민과 고뇌를 풀어낸 장소가 바로 이 에릭 케제르다.

회사 앞에 있던 에릭 케제르에서 언니들 생일 케이크도 사고, 퇴근 후 들려 빵으로 사치도 부려보고, 사람들과 근처에 둘러 앉아 수다도 떨었더랬다.


그런 추억의 장소를, 파리에 와서 들르다니 말이야. 그것도 직업을 막 바꾼 지금.

고민과 고뇌의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결론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정말로 이상했다.

더 늦기 전에, 마음껏 사람 구경이 하고 싶어 흥미로운 옷차림을 가진 사람들을 무심코 렌즈로 쫓았다.

요즈음의 파리는 찬 바람이 매서워서인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털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그리고 모자와 목도리의 다채로운 색깔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g가, 마침내 파리에 왔다.

함께 여행을 가자는 내 제안에 덥석 응한 그녀는, 나의 대학원 동기이자 언니 같은 한 살 아래 동생이다.

날씨는 우중충하지 사람들은 매섭지 화단에 놓인 콩벌레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내게, 그녀는 새로운 기분의 전령사가 되어 주었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가 먹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 파리 주변을 둘러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나다.

그러나 갑자기 들뜬 목소리가 연신 내 귀 주변을 울린다.

'언니, 우리 에펠탑 언제 가?', '언니, 우리 내일 뭐할까?', '언니 내일 뭐 먹을 거야? 언니 근데 하루에 몇 끼를 먹는 거야?' '언니, 여기는 뭐야? 언니 사진 잘 찍어? 아 나는 찍지 마'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파리 여정, 새벽같이 일어난 g는 빵을 사러 나가자고 한다.

주변에 맛있는 블랑제리가 어디 있냐며, 새벽부터 들뜬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동시에 폐렴에 대한 소식으로 온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파리도 세 명이나 확진자가 나왔다. 외국이니 괜찮겠지 했으나 숨이 약간 막히면서 아 혹시 나도 폐렴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 폐렴의 이름은 covid 19이라는데, 중국에서 시작된 거라며 온 세상 뉴스가 그에 관한 소식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걱정을 안은 채 구글 지도로 여러 개의 후보군을 고르고는,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가자며 비 오는 거리를 아침부터 나섰다.

그러다 목격하게 되었다. 장사진을 이루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빵집이 있질 않은가. 그 이름은 블랑제리 유토피아로, 구글에 평점은 높으나 사진은 별로 없는 그런 곳이었는데, 나와 g는 여기가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곳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괜스레 줄을 서는 것이 힘들지 않아진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주문을 할 때보다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며 빵을 고르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진열장 너머 어떤 빵들이 있는지, 무엇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톡톡한 기쁨이다.


진지하고도 심각한 고려 끝, 베이컨 빵, 초콜릿 에끌레어, 팡 스위스와 크로와상을 샀다.

호텔에 커피가 남질 않아서, 돌아와서는 주스에 g는 커피에 빵을 먹는다.


얼마나 일사불란한지, 벌써 10년은 된 부부 같다.

물론 맛도 정말로 있었다.

g가 일찍부터 준비해 길을 나서니, 나도 팔자에도 없는 아침 길을 나섰다.

그녀는 옆에서 이건 뭔지, 저건 또 뭔지 그리고 이 동네는 뭐가 유명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냐고 묻느라 바쁘다.

사실 이건 질문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하나의 혼잣말 같았는데,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걸었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g양의 정장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나와 같은 업무에 종사하기는 하지만, 다른 도시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일을 곧 시작할 그녀에게 출근복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할지 몰라 내 멋대로 정해 끌고 다니기는 했는데, 내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

역시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된다.

g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내가 방문한 바로 옆 매장인 클로디 피에르가 좋다고 한다. 난 g가 아니었으면 그 매장은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개인의 취향은 참 다르고, 그 다름이 주는 기쁨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마쥬에서 발견한 100만 원짜리 퍼 코트가 예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내가 돌아갈 때 즈음 봄이 올 텐데, 그만한 수혈을 감수할 가치가 있나 싶어 사지 않는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g는 금손이다.

본인은 사진 찍히는 것이 싫다고 하는데, 내 사진은 귀신같이 잘 찍는다.

'난 싫어. 찍지 마!'라고 하는 g가 웃기고 신기해서 더 노력하게 되었다. 난 정말 네 마음에 들게 하고 싶어!

구글 평점이 3.8로 내려가버린 season에서, 과거 브런치를 먹었던 게 생각나 찾아가 봤다.

그런데 이미 일요일이라 그런지 줄이 장사진이다.


g와 나는 기다리기를 포기하고는, 숙소로 돌아가 뽀글이를 해 먹었다.

으슬으슬한 날씨 때문인지 오히려 브런치보다 더 맛있게 먹은 것만 같다.

뽀글이를 먹고 30분을 쉰다.

그리고 운동화로 갈아 신은 우리가 들른 곳은 샹젤리제다.

왜 샹젤리제를 골랐냐고 물으면, 그냥 오~샹젤리제! 에 나오는 그 샹젤리제이기 때문이다.

파리에 왔어도, 관광지는 별로 안 가고 싶다며 골목길만 연신 돌아다니는 내 스타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기도 했지만, 파리가 초행이라는 g에게 콩코드 광장에 내렸을 때부터 샹젤리제를 지나 보이는 개선문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g는 신나 보이는데, 나는 머리가 아프다.

저 루이비통의 장사진을 뚫고, 엄마의 여행 선물을 지금 사줘야 하나?


그 와중 배가 고파진 나는 g와 샌드위치 집인 팡드폼에서 샌드위치 한 개, 콜라 한 잔, 커피 두 잔을 마셨다.

너무 맛이 없다.

결국 다 남긴 내게, g는 음식 남기면 벌 받는 다며 언니는 베짱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g에게 나는 베짱이가 되었다.

개선문은 예쁘다.

개선문이라는 건물 자체도 물론 아름답지만, 그걸 담고 있는 도화지 같은 하늘이 더 예뻤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는 건물인데, 이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그 뒤에 비치는 파란 하늘 때문이 아닐까?

파란색이라고도 할 수 없고, 보라색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카메라 렌즈에도 김이 서려 그런 색으로 보였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 melt oberkampf라는 브리스킷 집에서 고기를 먹었다.

g는 예약해둔 바토무슈 티켓이 신경 쓰이는지, 연신 어디에서 타는지 막차가 언제인지를 찾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g가 따뜻할 때 고기를 못 먹은 것이 신경 쓰인다.

바토무슈 안타도 아무 상관없다고, 그런 돈 날려도 오늘과 지금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나를 보며 g는 그제야 편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는다.


밥을 먹고 수다를 떤 후 장을 봐 호텔로 돌아가는 길, 지금 가면 노곤함에 바로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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