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목마르고, 채워도 티 나지 않지만, 마르지만 않는다면
"여기는 그러니까 정거장 같은 곳이랄까."
<오늘의 커피, 최진영>
처음 30분. 낯설고 어렵고 버벅댄다.
1주일에 딱 2시간.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다른 소리를 내며 어느덧 다른 내가 되는 시간.
집에 돌아가는 길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있다.
다른 언어와 문화, 사고 속에서 여행을 하고 왔기 때문에. 그 기분 좋은 액셀을 밟고 한주 간 집에서 홀로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건넬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아이와는 아직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일방향적이지만 꾸준히 영어로 말을 걸어줄 수 있는 언어의 마르지 않는 샘물을 모임에서 얻는다.
영어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저마다의 외국 체류 경험 혹은 영어 관련 경험, 혹은 계획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덩달아 설렌다. '지금, 여기'가 아닌 '언젠가, 어딘가'는 늘 설레는 법이니까. 그 허황의 꿈이 오늘을 살게 할 힘을 주고 또 오늘의 이곳도 새롭게 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허황을 실황으로 살게 하기도 한다. 지금 여기에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영어라는 연결고리로만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목표가 뭐예요?"
"아이가 바이링구얼로 자랐음 해요."
"영어를 잘했음 해요."
"이민 계획이 있어요."
"그냥 제 영어 공부가 목적이에요."
부모의 목적도, 아이의 나이와 성향, 발화 수준, 영어 육아 실천 정도도 다 다르지만 모두 한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 영어라는 언어로 교류하고 그 시간을 즐긴다.
좀 더 경제적으로, 안전하고, 의미 있고, 재밌고, 지속가능한 장소와 모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와 산에 가길 좋아하는 엄마는 트레킹모임을 이끌 수 있고, 아이들과 춤추고 노래 부르길 좋아하는 엄마는 연주하며 노래와 율동을 이끌고, 요리를 즐기는 엄마는 쿠킹 클래스를 열어 초대할 수 있다.
모두가 돌아가며 한 번씩 자기 동네로 초대하는 건 어떨까? 모두가 매번 낯선 곳에서 주차나 길 찾느라 애쓰며 먼 길을 오가야 하더라도 한 번은 편안하게 다른 멤버들을 초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주최자가 편한 방식으로 나이와 인원수에 제한을 둬도 좋다. 그렇게 진정한 품앗이 모임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모두 한 가지의 나눔 거리를 미리 고민해 두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거라 잘하지 않아도 내가 즐길 수 있는 거라면 충분히 괜찮다.
나는 일터 밖에서 내의 의미와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육아라는 건 결국 다른 이들과 함께 아이를 기르는 일이고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며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혼자 집에서 영어 노래와 책으로 닫힌 채 영어 실력만 출중하고 영어로 소통할 기회가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끝없이 목마르고, 채워도 티 나지 않지만, 마르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마르지 않는 영어의 샘물을 모임에서 길어 오는 것이었다.
"걷다 보면 보인다고 했다.
조는 묵묵히 걸었다."
<오늘의 커피, 최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