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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Nov 07. 2023

완벽한 하루였다

네가 침대에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주로 월요일은 좋은 하루가 된다.

주말 내내 아빠와 셋이 보내고 외출도 하며 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다가 

네가 오롯이 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은 서로에게 행복이고 감동 그 자체!


나는 한 번도 너를 울리지 않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꺄르르 웃고

너와 나는 밥도 서로 잘 챙겨먹고

집안일도 한 번에 남김없이 끝냈다.

이유식도 정말 오랜만에

두 끼 다 잘 받아 먹고

하나도 남김없이 비워서 행복했고,

산책나가니 바로 까무룩 잠들어서는 

첫 잠을 길게 자 준 덕분에 

그 시간에 집안일도 하고 

글도 쓰고 밥도 먹었는데

다 날아갔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주어진 시간에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무튼 엄마가 당근하느라 폰을 보러 나간 사이

네가 꿍-하고 떨어졌고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머리부터 떨어진 것 같은데...

처음엔 코끼리 인형과 함께 떨어져서 충격이 덜했을 줄 알았는데..

영상을 돌려보니

오히려 코끼리를 넘느라 코끼리만큼의 높이가 더해져서

더 높은데서 떨어진 것 같더라..

...... 

네가 엄마를 부르는데

그 앞에서 폰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다시 보니 정말.... 얼마나 꼴보기도 싫던지.

네가 얼마나 외롭고 단절된 느낌일지,

왜 네가 폰만 보면 달려가는지,

뭐 얼마나 좋은 대단한 것이기에

엄마아빠가 항상 들여다보고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어.

부끄러운 현대인의 모습.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의 모습..지금 나의, 널 위해 TV도 안켜고 산다고 자부하는엄마의 모습이 그러하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의 모습..

지금 나의, 널 위해 TV도 안켜고 산다고 자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러하네.


엄마는 그래도 너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폰을 잘 보지 않는데.

일부러 레시피도 책을 사서 찾아보며 요리하고,

혹시 급한 아빠의 전화를 못받을까봐 전자시계를 차고 있고

카톡도 시간을 정해 트북을 열어 한 번에 확인하고 답장하려 하는데..



모든 사고는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지.

그 느낌이 들어도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일어날 일은 불시에

잠깐 한 눈 판 사이 일어나고야 만다.

울고싶은 마음인데 축제 장터에서 산 음식이 안맞았는지 추워서 그랬는지 나가서 바이러스가 옮아 왔는지 알수 없이

콧물이 주룩주룩

눈도 붓고 목도 붓고

피부도 간지러운 알러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어.

번데기와 피자빵, 대왕 오징어 튀김과 새우 튀김을 먹었는데. 새우를 먹자마자 반응이 나타났어.

계속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주룩주룩.


오늘 하루는 분명 그림처럼 햇살처럼 완벽했어. 

오늘 네가 종일 활짝 꺄르르 다 큰 어린이처럼 웃었어.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 네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드라마 도깨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래 인간에게 완벽한 하루란 없는거야. 

그리고 언제나 폭풍전야는 고요하지. 

네가 아무 이상없이 건강하기를, 잘 이겨내기를 기도하고, 엄마는 다시는 당근 거래를 무리하게 하지 않을게. 네 가을겨울 옷을 한가득 샀어. 싸다고 필요없는 것들을 많이 사느라 더 많은 지출을 한 건 아닌지. 금방 크니까 새 옷은 안입혀야지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사진 가득 남기는 예쁜 네가 너만큼 예쁜 옷을 입었으면 했었어. 안그래도 예쁜데 더 예뻐서 엄마의 육아피로가 날아갔던 하루였거든. 볼 때마다 네가 그림같고 인형같아서. 너는 오늘 우주 최고로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그런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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