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7일
바다야 오늘은 너네 외할머니 그러니까 우리 엄마 생일이야.
너 낳고 각성제가 필요해서 끊었던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됐는데,
그러다 아침에 엄마 생각이 나더라.
우리 엄마가 커피를 진짜 좋아하거든?
근데.. 분명 아주 어릴 때는 드립 커피로 우아하게 먹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언젠가부터 믹스커피 껍데기 말아 휘리릭 저어 먹는 게 편하데.
드립 커피가 맛있긴 한데, 이제 편한 게 좋데.
그런 것들이 좀 힘들데.
나는 엄마처럼 ...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너 낳고 너 외에는 다른 건 다 편리한 것으로 바꾸게 되더라.
편리한 것을 외면하고 좀 더 느리게 뭐든지 시간을 느끼는 거.
그게 우아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겉으로 보기에 느리고 곱씹는 것만이 우아한 게 아닌가 봐.
과감하게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의 일부를 포기하는 게
가끔은 더 우아한 삶일지도 몰라.
그렇게 내 몸이 너 덕분에 조금 더 가벼워지려나.
사랑해. 사랑의 인연 우리 바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