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차라리 열병을 앓고 나니 몸이 저절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굉장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구석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저녁엔 밥 대신,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마시며 몸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급작스럽게 연차를 냈다. 다음날 아침에 살짝 햇살을 쬐러 문앞에 잠시 나서본다. 좀 춥긴 하지만, 차가운 바람 덕분에 마음이 시원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오들오들 떨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그 와중에 죽은 먹기 싫다며 규동씩이나 먹어주셨다. 가끔 올라오는 내 식탐을 나쁘게만 말했는데, 그날은 본능적으로 고기를 찾는 내가 고맙기도 했다. 그리곤 꽁꽁 언 한강을 구경하러 좀 더 멀리 산책을 나가본다.
그렇게 조금씩 괜찮게 변하고 있다. 내일 내가 어찌 될지 모르는 건 모두가 똑같은 상황인데.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 건지는 내 선택인가보다. 오늘을 살아갈 힘을 잘 남겨두는데 더 집중하다 보면, 내일을 준비할 힘도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