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을 두고

스물일곱 번째

by 예원

개정판 진행을 취소하고 책을 절판하기로 했다.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을 추억하는 건 좋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미지의 영역을 알고 싶어 하던 시절과 이미 멀어진 것 같다. 지금 다시 배낭여행 정보를 쓰는 건 비약일 수도 있지만 위선 같기도 하다.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싶다. 과거를 현재처럼 기록하는 것도, 커리어를 위한 미팅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살이 좋으면 산책을 하고, 집에 먼지가 쌓이면 청소를 하고, 음악이 듣고 싶으면 듣다 졸면서. 그렇게 일상에만 집중하는 삶을 잠시 살고 싶다.


자연스럽게 일상이라 생각했던 사건과 사건 사이에 조금씩 간격을 두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5분 정도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엊그제는 출근하는 길에 다른 길로 돌아 천천히 걷다가 10분씩 늦기도 했다. 일상에서도 살아있는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


여행에서 채운 에너지를 일상에 모두 소진하는 방식의 패턴은 에너지 진폭이 너무나 크다. 이젠 일상과 여행 사이의 간격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나갔던 사건과 사건 사이사이에 간격을 두고 살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일상과 여행의 구분이 점점 줄어들며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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