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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유영 Jan 05. 2021

새로 쓰는 버킷리스트

2021년 고래유영의 버킷리스트

1월이면 나는 그 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는 *버킷리스트를 쓴다.

조금 더 나은 일 년을 만들기 위해 의식처럼 시작했던 것이 어느덧 네 번째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Kick the Bucket'에서 유래


작년 버킷리스트의 가장 굵직한 콘텐츠는 이사와 이직이었는데, 정신없는 코로나 형국에도 어찌 됐건 그 두 가지를 이루기는 했으니 버킷리스트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반면 독서량 증가라던가, 몸무게 유지처럼 일상에서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이룰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관련된 목표들은 줄줄이 실패했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게으름은 버킷리스트 달성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거기에 문화생활을 더 자주 즐긴다던지, 해외여행을 간다던지하는 계획은 코로나 때문에 당연히 무산됐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을 적어 내려가야 하나 더 신중하게 된다. 바라는 건 해내고 싶은 거니까 허황된 바람은 최소화하고 싶다.


2021년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단연 자차 마련이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이동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배경이 됐다. 그래도 작년 초에는 대중교통을 타고서도 여기저기 다녔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고향에 가기도 어려워진 탓에 부모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작년, 환갑을 맞은 아버지의 생일도 못 챙겨드린 불효자에게 코로나는 좋은 핑계였다. 그래서 이 항목만큼은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려워졌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차 마련을 위해서는 자금을 확보해야 하고, 또 보험료, 세금 등 고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예상해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기존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것뿐일까. 장롱면허라서 다시 운전 연수도 받아야 한다. 이 바람을 이루는 데 365일이 모자라다. 그래서 아마 올해는 자차를 마련하는 데 모든 공을 들일 듯하다. 


버킷리스트의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정처 없는 방랑자보다 목표가 있는 모험가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목적지가 있으면 가끔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 느끼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나의 2020년이 그랬다. 이사는 정말 막연한 일이었지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대출, 이직 시기 조정, 계약, 이사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눈 앞에 그려졌다. 뭔가 틀어질 듯, 망가질 듯했을 때에도 이사라는 목표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방법을 수정해 정신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살살 꼬드겨 함께 버킷리스트를 쓴다. 혼자서도 버킷리스트 효과는 톡톡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그 의지는 더 단단해진다. 거기에 좋아하는 사람의 바람이 이뤄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행복은 두 배가 된다. 아직 쓰지 않은 2021년 버킷리스트는 누구와 써야 할까. 무엇을 써야 할까. 쓰기 전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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