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끊다'는 표현이 있다.
'인연'이란 사람 사이의 관계, 연줄을 의미하고, '끊다'는 말은 실이나 줄, 끈 같은 것으로 이어진 것을 잘라낸다는 의미인데, 두 단어의 뜻에는 공통적으로 줄이라는 상징적 단어가 숨어있다.
인연이란 줄로 한 번 연결되면 노력에 따라 새끼줄을 엮는 것처럼 더 두꺼워지기도 하고, 또 그러다가 거짓, 다툼 같은 작지만 날카로운 칼에 조금씩 베여 상처 나기도 한다.
상처 난 줄은 항상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위태롭다.
한 번, 두 번, 세 번...
조금씩 베인 상처에도 잘 버티는가 싶다가 어느 날 아주 작은 스침에 툭.
끊어져버린다.
이어져 있을 때도 아팠지만 끊기는 아픔 역시 거대하다. 상대의 아픔을 가늠할 수 없어 두렵고, 지나간 상처들은 내 탓인 것만 같다.
요즘에는 '인연을 맺는' 기회는 드물고 '인연을 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곧 끊어질 것 같은 인연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런데 강력본드를 덧입히거나 마른 천으로 숨기거나 내가 너덜너덜 거리는 줄에 무슨 짓을 해도 이내 끊어져 버린다.
그 인연은 어차피 끊어질 줄이었다.
이어지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그런 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마음의 짐을 절반쯤 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