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레터 #43|링크컨설팅|[서평]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
윙크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이 시원한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책 한 권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흔세 번째 윙크레터에서는 제가 최근에 읽은 ‘조직문화’ 관련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만약 리더가 조직문화에 관심이 없다면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조직문화 진단이나 구성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리 조직의 문화를 알리고 개선 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문화 변화의 주체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일단 그것부터 깨닫게 하면 된다. 조직문화 팀의 역할이 아직 낮은 단계라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일을 벌이고 끌고 나가면 된다.”(73-74)
조직문화 담당자뿐만 아니라 조직의 대표가 아닌 이상, ‘권한이 없어서’ 일 하기 어려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상황에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장해가는 사람들도 있다. 더 나아가 권한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조직문화팀에 온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선배로부터 “우리 부서는 침몰하는 배”라는 말도 듣고, ‘열심히 해도 CEO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상황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저자는 그 상황을 벗어났고 더 나아가 조직문화팀의 업무 범위까지 달라지게 만들었다. 기존에 이벤트, 캠페인, 조직 활성화가 대부분이던 팀의 업무를 조직의 ‘일하는 방식 개선’으로 확장하고, 조직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리더들을 지원하는 업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은 저자가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고 관점을 바꾸면서부터였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경영진이 우리 부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경영진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을 우리 부서가 만들지 못해서’라고 생각하는가?
저자가 경영진으로부터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조직문화 진단’이었다. 우리 조직은 인력도, 경험도, 예산도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가? 저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자는 팀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인, 조직문화 진단 계획안을 써서 CEO를 설득하고, 문항을 개발하고, 전 직원 4,000명 대상으로 설문을 돌리고, 결과 분석과 개선 방안까지 담은 결과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 진단 이후 팀 업무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을까?
당시 CEO의 관심 사항은 ‘글로벌’이었다.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시장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우리보다 덩치가 더 큰 플레이어들과 싸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CEO의 관심사가 ‘글로벌’인데, 본부장, 실장, 부장이 ‘그래도 우린 국내 시장 1위입니다’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가 진양철 회장의 눈밖에 난 첫째 아들 진영기 부회장의 최후를 떠올려보자. 저자는 최종 결정권자인 CEO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신의 상급자들의 관심사까지 모두 일치시킨 뒤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에서도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가 아니라, CEO의 관심사항, 회사의 현재 상황, 자신의 상급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까지 모두 일치시켜 조직문화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일치시켜야 하는 두 번째는 무엇일까? 바로 조직의 인공물Artifact, 표방 가치Espoused Value, 기본 가정Basic underlying assumptions이 잘 정렬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인 에드거 샤인이 말하는 조직문화의 세 가지 차원으로, 정의와 예시를 살펴보자.
인공물: 물리적 공간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 기업 로고, 근무 복장, 고유한 용어, 제품, 서비스, 조직 구조, 자리 배치 등을 의미한다.
표방 가치: 그 집단이 표방하는 ‘신념’이나 가치’로, 미션, 비전, 핵심 가치, 리더십 원칙 등을 의미한다.
기본 가정: 신념, 가치관 이면에 숨겨져 있는 암묵지이다. 구성원들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에 대한 대표적인 가정으로는 X-Y이론이 있다. X이론을 믿는 사람은 ‘직원들은 가만히 두면 게을러지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가정하고, Y이론을 믿는 사람은 ‘직원들은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이 세 가지 차원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만약 정렬이 깨진 지점이 있다면 그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서 다시 정렬을 맞춰야 하고, 업무를 새롭게 기획한다면 ‘조직의 기본 가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먼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어떤가?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선, CEO의 관심사와 나의 일을 일치시키고, 조직의 균형을 깨뜨리는 부분을 정렬하는 게 이치에도 맞지 않을까?
이 책에는 저자가 ‘조직문화’ 실무를 담당하며 이해하고 정의한 조직문화의 정의부터, 조직 내에서 성공을 확산할 수 있었던 방법들, 그리고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리더 4명의 솔직한 인터뷰까지 수록되어 있다. 사수가 없는 조직문화 담당자에겐 최고의 책이자, 조직에서 오랜 기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어려움이 많아 지쳐 있는 사람에겐 다시 용기를 준다. 조직문화 때문에 퇴사를 고민했지만, 직무가 바뀌어 우연히 조직문화 담당자가 된 저자의 이력도 참 흥미롭다.
이제 저자는 ‘혼자서 조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오만했다’고 인정한다. 조직문화 진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이 엄밀히 말하면, ‘조직문화 진단 보고서를 잘 쓴 것이지 조직문화를 바꾼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한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조직문화 담당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타인들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조직문화 업무의 근본적인 속성 중 하나는 설득이라고 믿는다.”(76)고 말하며, 철저히 현실적으로 접근하자고 강조한다.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조직 간의 파워 밸런스, 리더 간의 관계, 리더의 개인 특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여러분의 일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각종 행사, 이벤트 기획을 주로 하는 ‘조직 활성화 담당자’인가? 조직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조직문화 관련 제도 기획/운영자’인가? 아니면 CEO와 같은 눈높이에서 회사 전체의 조직문화를 조망하고 관리하는 역할인 ‘조직 역동 관리자’인가? 저자가 생각하는 조직문화 전문가의 이상적인 모습은 바로 세번째 ‘조직 역동 관리자’이다. 조직에서 벌어지는 구성원 간의 모든 상호 작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구성원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가 되어 보자!
“내게 선택의 힘이 있다고 믿고, 작은 선택이든 큰 선택이든 스스로 해 나가야 한다.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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