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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내로남불

저 집 아이는 만들어진 금쪽이지만, 우리 아이는 기질 때문에?

by 여행하듯 살고
누가 금쪽이를 만들었을까?


오은영 박사가 만나는 금쪽이들은 부모나 주 양육자가 그 원인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빠가 저렇게 행동하니까 금쪽이가 이렇게 됐지. 엄마가, 할머니가 그렇게 하니까 금쪽이는 요렇게 클 수밖에 없었겠지.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은 잘못된 교육이 불러온 안타까운 결과라고 여겼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금쪽이" 같은 면이 있기도 했다. 첫째가 어릴 때 말을 안 듣거나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강해서 나랑 부딪힐 때가 많았다. 사실 똑 부러지고 매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첫째를 보며 타고나길 예민한 것이라고 여겼다.


둥글둥글한 둘째를 보면 더 그랬다. 둘이 똑같이 키웠는데, 같은 사건에 대한 반응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럴 땐 그렇게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며 반쯤 포기하며 스스로 위로하였다. 이 아이는 타고난 기질 때문에 훈육이 쉽지 않다고 믿으면서.




얼마 전 만 다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네 가족을 만났다.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른 친구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식사 시간인데도 아이는 계속 뛰어다니며 놀고, 엄마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밥을 먹이고 있었다. '저러면 떠먹여 주는 게 습관 될 텐데...' 하는 걱정이 내 마음을 채운다.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꾹- 눌러본다. 항상 그런 게 아닐 수도 있고, 육아 스타일은 다들 너무 다르니까. 그리고 정해진 답은 없으니까.


겨우 밥을 먹이고 어른들끼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는 이제 막 정규교육을 시작한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선생님이 아이가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면서 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이 너무 엄격한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의 아이가 곧 쪼르르 달려와서 그 친구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이모, oo가 나 공부 못한다고 놀려요, 아까 학교에서도 그랬는데!"

"어머 그래? 이모가 나중에 oo 혼내줄게. 미안해. 괜히 그러는 거야 네가 이해해 줘"


이건 뭐지? 왜 엄마가 대신 사과를 하는 거지? 지금 가서 아이한테 상황 설명을 들어본 후, 진짜로 놀리고 상처를 준거라면 잘못을 알려주고 직접 사과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 친구의 반응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조금 있다 oo가 나와서 간식을 찾았는데 간식만 주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돌려보내는 게 아닌가. oo는 놀면서도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화를 낸다. 아직 5살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해 보지만, 그래도 엄마는 가보지 않는 건 진짜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교육하면, 아이는 집 밖에서는 어떻게 적응을 할까?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른다. 그리고는 아까 친구가 한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아마 선생님이 엄격한 거 보단, oo가 정말 말을 잘 안 들은 게 아닐까? 예전부터 너무 오냐오냐 키운다고 생각해 오긴 했는데...


평소에 여러 가지로 잘 맞던 친구가 아이 키우는 면에서는 정말 이해가지 않는 것이 많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내가 봐온 모습을 퍼즐처럼 맞추다 보면 그 선생님의 말에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그러게 평소에 교육을 좀 잘 시키지...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누구 눈엔, 어느 순간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까? 나도 고분고분 말 안 듣는 것 때문에 힘들어할 때가 있으니까. 아니 근데 우리 애는 좀 예민하게 타고났지만, oo는 분명 훈육 문제인 것 같은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남의 집 자식의 별난 행동은 부모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탓이고, 우리 집 자식의 별난 행동은 그렇게 타고나서 집에서 통제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니, 맙소사. 나 자신이 진심으로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예전에 들었던 내로남불이 아닌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람들이 내 자식 일을 이야기할 땐 자식 일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표현하는걸 자주 들었다. 또 이웃집 자녀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다들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고 돌아보니 조금 예민하게 타고난 듯한 딸도 조금 오래 걸리고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해서 그렇지, 교육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어쩌면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까, 첫째 어릴 때는 훈육이 서툴렀겠지. 둘째가 더 무난해 보이는 건, 타고난 게 다가 아니고 내 육아 경험이 늘면서 훈육을 더 수월하게 했으니까 그런 거겠지.


우리 첫째가 만약에 둘째로 태어났다면, 행동 패턴이 다르게 자리 잡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세 살 이전에 기선 제압을 못 한 내 잘못 이었을 수도 있지.


그리고 둘째도 당연히 금쪽이 같은 면모를 보일 때도 있다. 자아가 너무 강해져 자기가 지금 이걸 꼭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것밖에 눈에 보이지 안나보다. 떼를 떼를, 세상 둥글던 아이가... 이렇게 떼를 쓰게 될 줄이야.




내 아이도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저 집도 노력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을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며 한번 더 이해하려고 해 본다.

우리 아이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내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한번 더 돌아본다.

어쩌면 내가 관심 가지고 노력하면 고쳐졌을 걸,

뭐 저 정도면 괜찮지~ 하고 그냥 놓아둔 것은 없을까?


이제 타인을 판단하고 비판하기 전에
나를 한번 더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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