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K를 달리면, 내 아이가 정말 따라올까?
매일 새벽 10K를 달린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달리기를 싫어하던 내가,
한 달 반 정도 되는 시간 동안 5K를 25번,
10K를 13번 뛰었다는 건 기적이다. 기록을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만큼 느리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밤에 잠을 잘 자려고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
아침에 뛰고 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서 이기도 하다.
뛸 때는 조금 힘들다. 하지만 뛰면서
흘린 땀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그 이상이다.
체력이 좋아져서 하루를 더 거뜬하게
살아내게 된 것도 러닝을 지속하는 힘이다.
오늘 하루 뭐 했나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되던
날들도 많이 있었는데, 아침에 달리고 나면
적어도 그런 생각은 낄 틈도 없다.
이런 이유때문에 계속 뛰게 되는데,
사실 이제 여러 이유나 설명도 필요 없을 만큼
달리는 게 그냥 좋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일 년, 아니 반년도 뛰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섣부르다 싶기도 하지만, 지난 이년 동안
수영이랑 자전거 타기를 꾸준하게 해 왔기 때문에
달리기를 지금처럼 성실하게 계속할 자신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이 자극을 받았나 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남편도 자전거를 탄다.
물론 내가 당신도 운동해야지? 하고 많이 권하긴 했다.
하지만 처음 몇 개월은 듣는 둥 마는 둥 끄덕도 안 했다.
운동할 시간이 팡팡 넘치는
당신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면서.
아니, 나는 어디 시간이 넘쳐 나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서 운동하는 줄 아시나?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다 끌어다가,
아이들 라이드 하는 틈틈이 운동하고 있는 건데...
아무튼 뭐 그런 반응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가 이렇게 즐겁고 더 건강해지고 있으니까!
잔소리한다는 핀잔을 듣고 싶지 않아서
남편에게 더 이상 운동을 권하지 않자,
그제야 슬금슬금 내가 하는 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는 로드 바이크에 입문하더니,
요즘 남편의 소확행은 자전거 용품 사모으기다.
클릭 슈즈, 선수용 고글
쫄쫄이 바지와 딱 붙는 재킷 등등.
우리가 사는 플로리다는
여름방학이 다른 주보다 빠른 편이다.
오월 말에 이미 방학을 시작했고, 수영 팀에 있는
중학생 아들의 새벽 6시 연습이 시작 됐다.
학교 다닐 때 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눈곱 떼고 바로 출발해야 한다.
수영팀 연습과 대회를 즐기는 아들은 군말 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새벽 연습에 간다.
아들이 수영하는 동안 난 그 동네에서 달린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다.
우리 딸.
이번 여름 지나면 가을부터 고등학생이 되는 우리 딸.
체조 팀에 있었는데 대회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어차피 이렇다 할 성과는 보기 힘들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게 벌써 일 년 전 이야기다.
그리고는 운동은 전혀 안 하고 있는
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들이랑 난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남편도 일주일에 두 번은 자전거 타는데,
우리 딸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운동이 다는 아닌 걸 알지만,
매일을 살아가면서 엄청난 힘이 되는 걸
요즘 내가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그레서 딸도 방학이라고 퍼져 있지만 말고
어떻게든 좀 꾸준히 운동하면서 좋겠는데…
딸은 성향이 똑 부러져서,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지
엄마나 아빠가 하란다고 하는 아이가 아니다.
방학하고 새벽연습 시작된 이틀째 날 밤에
딸한테 넌지시 물었다
내일 동생 새벽에 수영하는데 같이 갈래?
동생 수영하고, 엄마 뛰는 동안 너도 거기 짐 안에서
운동하던가 아니면 앉아서 책을 읽던가...
가볍게 던졌는데,
뭐 그럼 같이 가볼까?라는 신기한 반응이 돌아온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거 좋아하는 딸이, 이건 뭐지?
마지못해 예스를 외치는 듯한 말 투였지만,
왜 나는 기다렸다는 듯한 인상을 받은 거지?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곧 셋이 함께 출발했고
각자 운동을 했다.
딸은 체조 팀에서 하던 루틴을 기억해서
하체 근육 강화 운동을 하고
아들은 수영을 하고 난 달리기를 하고
그다음 날도 셋이 함께 갔다.
조금은 구시렁대는 듯했지만,
자기가 하기 싫은 건 절대로 하지 않는 딸이
방. 학. 때. 세상에,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하다니...
사춘기 딸한테 말을 많이 걸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요 몇 년 간 잘 배워 왔기 때문에
궁금한 게 많지만 참는다.
일단 그냥 현상을 분석해 보면
이번 주에는 별 다른 일정이 없어서
내내 늦잠을 잘 수 있는데도,
딸이 선택해서, 가지 않아도 될 새벽 운동을 간다
평생 라이벌인 동생한테 지기 싫어서 인지,
엄마가 매일 운동하는 것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이제 고등학생이 되려니 부지런해지고 싶은 것인지.
물론 이틀 동안 보여준 부지런함이
방학 내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동기가 무엇이든,
난 딸의 동행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묻지 않고 그냥 이렇게 이해하련다.
엄마의 운동 습관이 전염된 것이라고.